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 (39)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 (39)
  • 수협중앙회
  • 승인 2018.09.13 12:33
  • 호수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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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지난 2011년부터 ‘수산 지식 나눔 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의 ‘어명고’ 부분을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보양식품 으뜸 토종물고기  가물치

예(鱧) 【가물치】

예(鱧)에는 양쪽 아가미 뒤에 모두 일곱 개의 아롱진 무늬가 있는데 북두칠성을 닮았다. 밤에는 반드시 머리를 들고 지느러미를 모아 북쪽을 향하는 자연스런 예가 있는 까닭에 예(禮)자가 들어 있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다른 물고기의 쓸개는 모두 쓰지만 오직 가물치만은 쓸개가 단술처럼 달기 때문에 글자에 예(醴)자가 들어 있다”고 했다. 색깔이 검기 때문에 현례, 오례라는 호칭이 더 있다. 몸에 꽃무늬가 있으므로 또 문어라고도 한다.

『본초강목』에서 여라고 했는데 여는 나자와 통용되니 역시 색깔이 검음을 말한 것이다. 도홍경이 이르기를 “이는 물뱀이 변화된 것이다. 지금에 보니 뱀과 교접하기를 좋아하므로 맛이 비린내가 심해 요리로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치질을 치료하고 해충을 죽이는 약효가 있다. 그러므로 어부가 이 물고기를 잡으면 다른 고기보다 값을 2배는 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7개의 별무늬가 분명해야 상품에 들고 그 별이 5개 혹은 6개 인 것은 약효가 아주 떨어진다”고 했다.

곳곳에서 나는데 압록강 상·하류에 가장 많다. 예로부터 이 물고기를 북방어라고 하는데 성질이 차고 색깔이 검기 때문만은 아니다.
 

평설

가물치는 농어목 가물치과의 물고기다. 어명고에서 가물치가 ‘뱀과 교접하기를 좋아하므로 맛이 비린내가 심하다’고 묘사된 것은 가물치의 생김새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물치는 머리 모양이 파충류, 특히 뱀과 비슷한 점이 있다. 그래서 영어로는 스네이크피시라 하고 중국에서도 사두어라 불린다.

정약용이 쓴 『아언각비』에 가물치는 ‘감을치’로 기록돼 있다. 감을은 고어로 검다는 의미이고 중국에서 가물치를 오어, 현어, 흑어라 부르는 것과 의미가 서로 통한다. 가물치는 여성의 산후 조리용 보양식품으로 사랑받고 있는데 대표적인 토종 물고기로 가모치라고도 불린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은 없고 부은 것을 내리며 오줌이 잘 나오게 하고 5가지 치질을 치료하지만 부스럼이 있는 사람은 먹어서는 안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물치는 공기호흡이 가능해 탁한 물에서도 생존하는 등 생명력이 강하며 겨울에는 깊은 곳의 진흙이나 해캄 속에 묻혀서 동면한다. 비가 올 때는 습지에서 뱀처럼 기어다니기도 한다. 수온이 높을 때는 아가미 호흡보다 주로 공기 호흡을 하는데 아가미 가까운 곳에 부속 호흡기관이 있어 이것으로 공기를 호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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