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기고_ 공노성 수협중앙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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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협중앙회
  • 승인 2018.09.06 12:19
  • 호수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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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모래 채취가 가져올 환경재앙을 우려한다

 (2018년 08월 30일 (목) 34면 오피니언)

 

한번 훼손된 자연은 스스로 회복하는 데 적어도 수백 년이 걸린다. 무분별한 개발로 얻는 이익은 현 세대 일부 사람들에게만 돌아가고, 생태계 파괴로 인한 고통은 우리 후손이 대대로 입게 된다. 비슷한 상황이 지금 남해와 서해에서 다시 일어날 태세다. 어민과 수산업계 반발로 2년 가까이 중단됐던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바다 모래 채취가 최근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인천 옹진, 충남 태안 연안의 바다 모래 채취 지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골재채취업계는 해역이용협의권자인 해양수산부와 수산업계에 “채취를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공개 압박하고 있다. 

남해 EEZ 바다 모래 채취는 국책사업용으로 한시적 사용 전제하에 2008년 시작됐다. 하지만 곧 일반 민수용으로 확대돼 채취량이 급속도로 늘었다. 그 결과 2016년까지 63빌딩 95개 분량의 엄청난 모래가 무분별하게 채취됐다. 사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산자원 보존에 결정적 기여를 하는 서해 EEZ 해역 모래의 대량 채취다. 1980년대 중반부터 수도권에 대규모 신도시가 본격 개발됐다. 이때 절대량이 부족한 육지 모래 대신 바다 모래가 탈염 기술 도입과 함께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경기·인천과 충남 태안 연안 모래가 이후 사반세기에 걸쳐 약 3억5000만㎥, 실로 어마어마하게 채취됐다는 사실을 일반 국민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무분별한 모래 채취 문제의 심각성은 파괴된 해저지형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남해 EEZ 모래는 육지에서 흘러 들어간 퇴적물이 아니라 과거 태고적 지각변동 이전의 하천 모래로 육지가 침강해 형성됐으며, 퍼내면 다시는 복원되지 않는 “본래 자원”이다. 그리고 서해 연안 모래는 육지에서 흘러 들어온 퇴적물인 것은 맞지만 수십 년 전부터 전국 하천에 댐, 하구언 건설로 육지에서 새로운 모래 유입이 차단되고 있다. 새 모래 유입 없이 대량의 모래를 채취해 온 결과 서해 모래는 현저히 줄었다. 그 넓던 옹진군 대이작도의 풀밭이 거의 사라질 지경이다. 

또 인천·경기의 어획량 변화를 살펴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바다 모래 채취 이전인 1992년 약 10만t에 달하던 이 지역 어획고는 2016년 말 현재 약 2만5000t에 불과하다. 중국 어선 불법 조업, 수질 환경 악화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도 다른 해역 어획량 추이와 비교해 볼 때 극심한 바다 모래 채취가 이 해역 어자원 감소의 가장 큰 요인임이 자명하다. 해외 사례도 바다 모래 채취가 수산자원 감소의 원인임을 입증한다. 홍콩·싱가포르가 육지 면적을 넓히기 위해 인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서 바다 모래를 대량 수입했다. 수출국에서는 바다자원의 보고였던 맹그로브 숲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어자원 감소가 심각하게 나타났다. 최근 이들 나라는 바다 모래 채취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한정된 자연자원을 일부 특정 업계 이익을 위해 쓰게 하는 것은 특혜다. 반면 자연 파괴로 인한 피해는 전체 국민에게 전가돼 심각한 문제다. 

그동안 수산업계에서는 4대강 모래를 포함한 육상골재 우선 사용과 대체 골재 개발을 포함한 ‘골재원 다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를 외면한 채 가장 편리한 데다 눈에 잘 띄지 않고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바다 모래 채취만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마지못해 국토부가 지난해 10월 발주한 골재원 다변화 연구용역도 바다 모래 채취를 정당화하고 강행하기 위한 명분 찾기로 보인다. 

깨끗하고 풍요로운 바다를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하는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국민 모두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정부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골재 수급 계획을 수정하고 바다 모래를 완전 제외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에 종지부를 찍어주기를 바란다. 


※ 이 글은 매일경제 8월 30일자 34면 오피니언에   게재된 공노성 수협중앙회 대표이사의 기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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