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여행 _ 강화 호국돈대길
우리바다여행 _ 강화 호국돈대길
  • 배석환
  • 승인 2018.02.22 01:12
  • 호수 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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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해안선 따라 둘러보는 ‘호국 돈대길’

서울에서 한강 물줄기를 따라 차로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하는 강화도. 수도권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에 바다에 대한 추억이 그리워지면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섬이기도 하지만 강화만 저편으로 북한과 마주보고 있어 무거운 마음이 동시에 공존하기도 한다.  내륙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절과 도심한가운데 아직도 건재한 옛 성당, 그리고 갯벌 사이로 날리는 눈을 맞으며 거니는 해안도로는 조금은 느릿하지만 고즈넉함을 즐기는데 안성맞춤으로 소규모 독립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마저 들게 한다.

강화도로 이어져 있는 다리는 강화대교와 초지대교다. 강화대교는 강화군청이 있는 문화시설의 중심지역으로 이어져 있고 초지대교는 한적한 어촌마을 풍경이 보이는 초지리로 이어져 있다. 두 다리의 간격은 17km 정도다. 무심코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이 구간이 강화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고 통한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에 우리는 이 구간의 길을 ‘호국돈대길’이라 부른다.

월곶돈대

강화도를 떠올리면 외세의 침입에 맞서 최후까지 항쟁했던 장소, 혹은 민족의 정기를 품은 마니산의 첨성대에서 매년 10월 3일 지내는 단군제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강화도라는 명칭은 고려시대부터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몽골제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국토는 황폐화되고 무신정권은 마지막 항쟁을 위해 도읍을 강화도로 옮기고 명칭도 ‘강도’라 칭했다. 그래서 지금의 강화도엔 왕궁터와 성곽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조선시대에도 비운의 역사는 계속된다. 후금의 침공으로 정묘호란이 발생하고 인조는 도성을 버리고 강화로 피신을 하게 되면서 또다시 전쟁터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러한 강화도의 역사적 특징과 주변 소경들을 둘러보기에 안성맞춤인 코스가 바로 호국돈대길로 강화 나들길 제2코스다. 초지대교와 인접한 초지진부터 강화대교 밑으로 보이는 갑곶돈대까지 하루정도 트레킹 하기에 적합한 구간이다. 특별하게 아름다운 풍경은 없지만 곳곳에 역사적 의미를 간직한 ‘돈대’를 만날 수 있다.

돈대는 외적의 침입이나 척후 활동을 사전에 방어하고 관찰할 목적으로 접경 지역이나 해안 지역에 흙이나 돌로 쌓은 소규모 방어시설이다. 유독 강화도에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곳이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현재 강화도엔 54개의 돈대가 확인됐으며 군사작전 지역에 있는 돈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둘러볼 수 있다.
 

초지대교
초지대교
초지진
초지진











 


호국돈대길이 여러 돈대 중 초지진은 살아있는 역사교과서이기에 꼭 두 발로 진지 외벽을 걸으며 그때의 시간을 곱씹어 보는 것도 좋다. 초지진은 조선 숙종(1716년)때 세워졌다. 병인양요, 신미양요, 운양호사건 등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실제로 쓰였던 대포가 보관돼 있고  성곽에는 당시 포탄을 맞은 흔적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프랑스와 미국, 그리고 일본군에 의해 무참히 파괴됐던 돈대는 1976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된 것이다.

초지진에서 본 바다
초지진에서 본 바다

코스의 종점은 갑곶돈대까지다. 하지만 시간이 된다면 월곶돈대까지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월곶돈대는 다른 돈대와는 달리 연미정이란 정자가 돈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정묘호란때 강화조약을 체결했던 곳으로 민간인통제구역에 안에 있어 접근이 제한적이었지만 2008년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됐다. 월곶돈대에 올라 저 멀리 보이는 북녘 땅을 보고 있노라면 백성을 버리고 도읍을 떠나는 왕가의 행렬을 원망스런 눈빛으로 지켜보았을 백성들의 한이 전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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