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 (27)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 (27)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12.28 16:20
  • 호수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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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지난 2011년부터 ‘수산 지식 나눔 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의 ‘어명고’ 부분을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 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바위만큼 자라기도 하는 굴

모려(牡蠣)【굴】

‘본초강목’에는 여합으로 돼 있는데 간혹 모합이라고도 한다. ‘임해이물지’에는 고분이라고 했다. 바닷가 조수가 드나드는 곳에서 나는데 돌에 붙어서 산다. 울퉁불퉁한 것이 서로 이어져 방처럼 돼 있으므로 여방이라고 한다. 처음에 생겼을 때는 작아서 주먹크기만 한데 사면이 점점 자라서는 바위처럼 큰 것도 있다. 여산이라 불리며 살은 식품으로 먹는데 ‘여황’이라하고 껍데기는 불에 구워 가루로 만들어 약에 넣는데 여분이라고 한다.

평설

굴은 사새목 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의 총칭으로 식용종은 참굴을 말하며 굴조개라고도 한다. 종류에 따라서 서식장소도 다른데 참굴은 염분 농도가 낮은 조간대의 바위에 부착하지만 가시굴은 염분농도가 비교적 높은 내해의 바위에 부착한다.

굴을 식용으로 이용한 역사는 무척 오래돼 선사시대 조개 무덤에서도 굴 껍데기가 많이 출토된다. 중국 사신인 서긍이 고려를 다녀간 후 쓴 ‘고려도경’에도 “굴 종류는 썰물이 져도 도망가지 못해 사람들이 아무리 부지런히 주어 들여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우리 바닷가에 많았다.

굴은 왼쪽 껍데기로 바위 등에 붙으며 오른쪽 껍데기는 좀 작고 불록하다. 두 껍데기의 연결부에 이빨은 없고 검은 인대로 닫혀 있다. 성장은 느리지만 오랜 세월을 바위에 붙어 살다보니 굴이 굴을 뒤덮은 덩어리가 돼 살기도 한다. 옛사람들은 이런 굴 더미를 호산이라고 했다. 어명고에서 여산이라 한 것과 같은 의미다.



나물이름을 가진 조개

담채(淡菜)【홍합】

동해에서 난다. 해조류의 근처에 사는 것을 좋아하고 맛이 달고 담백한 것이 나물과 같기 때문에 조개 종류이면서도 나물이름이 붙은 것이다. 껍데기가 몸의 절반을 감싸고 있으므로 중국 절강성 사람들은 각채라 부르고 살색깔이 붉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홍합이라 부른다. 한쪽 끝에 털이 북실북실 났는데 혹간은 여러 마기라 모여 서로 털로 엮은 듯 연결돼 있다.

달고 따뜻하며 독이 없어 피로를 풀어 주고 사람을 보호하는 효험이 있다. 특히 부인들의 산후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낫게 하는데 알맞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해삼과 같은 효과를 낸다. ‘본초강목’에서는 동해부인이라고 했다.

평설

홍합은 사새목 홍합과의 조개로 바닷가의 바위에 붙어 서식한다. 담치와 합자, 열합, 섭이라고도 불린다. 맛이 달면서 성질이 따뜻해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 있게 가꿔준다. 한방에서는 자양, 양혈, 보간의 효능이 있어 허약체질, 빈혈, 식은땀, 현기증 등에 처방한다.

우리나라의 전 해안에 분포하며 남해안의 일부지역에서는 양식하고 있다. 늦봄에서 여름 사이의 산란기에는 맛이 떨어지므로 늦겨울에서 초봄이 제철이다. 5~9월에는 ‘삭시토닌’이라는 독소가 있어 겨울철에 먹는 것이 안전하다.

홍합은 껍데기가 검은데다 속살은 붉고 검은 털이 나 있다. 그 털은 족사라는 섬유다발로 접착성이 강해 그것을 이용해 바위에 붙어산다. 최근 우리 해안에 지중해 담치가 퍼지고 있고 껍데기 안쪽이 진주와 같은 빛깔이 난다고 해 ‘진주담치’라는 이름이 붙었다. 홍합과 유사하게 생겼으나 대형종으로 껍데기가 얇고 너비가 넓다. 지중해 담치도 족사를 내어 붙어사는데 강도가 강해 어른의 힘으로도 떼어내기 힘들며 방파제나 어망, 부두의 다리 등에 달라붙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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