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의 위급존망지추(危急存亡之秋)
수협의 위급존망지추(危急存亡之秋)
  • 김병곤
  • 승인 2017.09.28 16:11
  • 호수 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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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존망지추(危急存亡之秋). 나라의 존망이 달려 있는 아주 중요한 때라는 의미다. 이 말은 제갈량이 위나라와의 전쟁에 나서면서 출정동기와 목적을 밝힌 표문인 ‘출사표’ 첫머리에 언급했다. “지금 천하는 셋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촉한의 익주 백성이 가장 지쳐 있으며 지금이야말로 살아남느냐 망하느냐 하는 위급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국가는 물론 개인이나 조직도 여러 번의 위기를 맞을 때가 많다. 그래서 늘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되새긴다. 수협중앙회의 최대의 위기는 지난 2001년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면서다. 국가적 재난인 IMF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부문의 공적자금 투입은 불가피했었다. 문제는 수협의 공적자금은 상환부문이 시중은행과 달리 형평성에 맞지 않았다. 타 은행은 보통주 출자였지만 수협중앙회는 우선주 출자 형태였다. 상환우선주는 보통주 출자와 달리 원금을 직접 상환하는 방식이다. 수협에 현금유출을 통한 상환의무를 부담토록 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수협은 한 지붕 세 가족으로 나뉘면서 족쇄가 됐고 멍에가 됐다. 더구나 신용, 지도, 경제사업부문으로 직군이 분류되고 직원들의 이동조차 할 수 없어짐에 따라 문화적 이질감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사적인 자리에서 직군별 언쟁은 물론 조직경영에서도 갈등과 반목이 계속돼 왔다. 정치권은 걸핏하면 수협의 공적자금 투입을 들먹이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더구나 공적자금을 빌미로 정부로부터 낙하산 인사가 코스화 됐다. 지금도 수협은행장 선임이 5개월 동안 공백 상태에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있는 듯하다. 낙하산 인사들은 공적자금을 받은 조직으로 정부와 협의하고 협조를 구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궁색한 논리를 내세웠다. 그렇다고 낙하산 인사들이 뚜렷하고 확실한 경영성과를 내지 못했고 정부와의 가교역할에도 큰 실천은 없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부터 10년만인 2010년 10월 지도사업과 경제사업을 통합했다. 통합은 협동조합 본연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사업통합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기획과 인사 등 지도부문과 경제부문의 중복부서를 통폐합해 조직을 슬림화하며 실적이 부진한 바다마트, 바다회상 등 유통부문 일부를 자회사에 이관하는 등 지도·경제부문을 유기적으로 관리하며 업무효율은 극대화시키고 어업인을 위한 지원을 강화했다. 세 가족이 두 가족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해 12월 수협은행이 자회사로 분리돼 새로운 출발 선상에 섰다. 수협은행의 설립 목적은 어업인 지원자금 조달에 있다. 자산증가와 영업력 제고를 통해 창출된 당기순이익으로 공적자금을 조기상환하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하지만 현재 수협중앙회는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하기 전까지는 여유재원이 부족해 어업인 지원사업과 같은 수협중앙회 본연의 지원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수협중앙회의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지급하는 배당금을 비용으로 인정해 세제해택을 줘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때를 같이해 최근 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배당금을 손금에 산입하도록 해 수협중앙회가 공적자금 상환을 조기에 완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수협은 그동안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급여반납 등 임직원들의 고통분담에 동참해 왔다. 공적자금 투입 후 지난해까지 15년간 1조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미처리 결손금을 정리하기도 했다. 공적자금을 완전히 해소되면 어업인지원에 연간 6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신규로 투입될 수 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어업인을 위한 조직의 미래를 위해 고민해야한다. 지금 수협은 어쩜 또 다른 기로에 섰다. 공적자금 해소를 통해 협동조직의 완전체가 되도록 모두 힘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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