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문화마당_ 책 소 개
수협 문화마당_ 책 소 개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09.21 14:41
  • 호수 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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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진리가 있다.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지식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손에 잡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또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지는 어업인과 수협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엄선된 다양한 책 등을 소개한다.

명랑해녀

 -저  자  김은주   -출판사  마음의숲

■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제주해녀

한때 제주는 육지에서 내려온 이주자들로 몸살을 앓았다. 너나 할 것 없이 제주에 내려와 카페를 열거나 식당을 차렸고 제주에서 사는 것이 여유와 행복의 표상처럼 여겨졌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한 유명 연예인이 제주살이를 시작하면서 제주는 그야말로 ‘핫 플레이스’가 됐다. 하지만 그도 잠시 제주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시 육지로 올라갔다. 갑작스레 상승한 부동산 가격도 탈제주에 한몫했다. 이래저래 제주는 말 많고 사람 많은 곳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제주 하면 많은 사람이 여유와 행복을 연상하고 이제는 게스트하우스와 제주 전통 건축양식을 살린 민박집을 중심으로 많은 이가 제주를 찾고 있다. 정말, 제주에서의 삶은 행복과 여유만을 안겨줄까?

이 물음에 대해 《명랑해녀》의 저자 김은주가 답하고 있다. 저자는 서울에서 비즈공예로 꽤 잘나가던 사업가였다. 역동적인 도시 서울 사랑했고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감정에 빠져든다. 아 나도 많이 늙었구나,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삶의 의미가 대체 뭐지? 저자는 이 상실감을 극복하고자 남편과 함께 프리다이빙이라는 취미 생활을 시작했다. 물속 세계의 매력은 팍팍한 일상에 활력을 주었다. 그 활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급기야 부부는 승승장구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바다가 있는 제주로 이주하기까지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물속에서의 삶을 직업으로 삼기에 이른다. 부부가 함께 해녀, 해남이 된 것이다.

물론 정식해녀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엄격했고 반토막이 난 경제 상황을 극복하고자 감귤 농장에서도 일하고 산나물을 캐러 다니는가 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물질 연습에 매진한다. 그들을 보며 고령의 해녀들이 말한다.

“미쳤어. 왜 좋은 직장 다 때려치우고 이 힘든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미쳤어, 미쳤어~.”

매일같이 물질 연습을 하는 저자에게 할머니 해녀들이 묻기도 한다.

“너는 바다가 그리 좋으냐?”

나이 50이 다 돼 배달음식도 없고 고된 노동이 지배하는 일상으로 뛰어든 저자가 깔깔깔 웃으며 답한다.
“네, 정말 바다가 좋아요. 이제야 제대로 살고 있는 기분이에요.”(
65쪽)

■ 서울 사람,   제주해녀가 되다

정식해녀 해남이 된 저자 부부의 삶이 남달리 의미 있는 까닭은 2016년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록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우리가 TV나 신문기사로만 접한 해녀의 일상은 실상과 조금 다르다. 인류무형유산이라고 하지만 정작 해녀 당사자들은 자신의 직업을 ‘가난의 상징’으로 생각해 부끄럽게 여길 뿐 아니라 노동환경과 처우도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탈의장과 성게작업장 등 노후되지 않은 시설이 없다.

마치 거친 풍파를 헤쳐온 우리 삼촌들의 모습처럼 하나같이 삐꺼덕거린다.”(
95쪽)

더욱이 고령화에 접어든 해녀사회는 젊은 해녀를 눈 씻고 찾기 힘든 상황. 평균 50년 가까이 물질을 한 해녀 할머니들이 거의 마지막 해녀 세대인 형편이다. 이러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저자는 그저 물이 좋아서 해녀가 되었음에도 해녀 사회를 알리고 위상을 높이는 데에 누구보다 열심이다. ‘명랑해녀’라는 닉네임으로 SNS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해녀의 문화, 해녀의 생생한 일상, 제주에서의 삶을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편 해남과 함께 해녀 문화를 널리 알리고 보급하기 위해 ‘해녀 명함’을 만드는가 하면 ‘명랑해녀 탐방길’을 준비하며 사라져가는 해녀 사회를 소생시키고 있다.

관조하면서 어떤 세계를 찬양하기는 쉽다. 멀리에서 보면 모두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속에 들어가서 그 세계를 찬양하기란 어렵다. 가까이에서 보면 대개 모든 세계가 비루하고 남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 김은주는 해녀 사회에 들어가서도 그 세계를 찬양하고 있다. 고된 노동, 가난하고 초라한 직업 현장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다. 해녀 사회가 지니는 큰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며 이 의미를 저자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명랑함으로 지켜가길 원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나이 50살이 다 되도록 서울에서 살았던 저자가 직접 해녀가 되어 해녀가 아니고서는 결코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다에서 볼일 보는 법, 돌고래 떼를 만났을 때의 대처법, 손끝에 박힌 성게가시 빼는 법, 잠수복의 역사와 비밀, 파치 상품, 해녀할망들이 두려워하는 것, 해녀학교에서 해녀양상과정을 이수하는 법, 도시와는 다른 제주인의 일상 등 일반인은 알지 못하는 은밀한 이야기를 제주 고유의 낭만적 정서, 해학, 저자 특유의 명랑함으로 풀어내고 있다.
 
<자료출처-인터넷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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