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채취 멈춘 바다 … 돌아온 ‘물고기 떼’
모래 채취 멈춘 바다 … 돌아온 ‘물고기 떼’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09.14 13:43
  • 호수 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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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만 (사)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


new1 9월 11일자  전문가 기고

지금 통영에는 갈치 풍어로 활기가 넘치고 있다.

통영수협의 갈치 위판량은 8월말 기준으로 전년보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1434톤을 기록했다. 멸치권현망수협의 멸치 위판량도 700톤 가까이 늘어났다. 전국 연근해어획량이 44년만에 최악을 기록했던 작년의 흉어로 침울했던 어민들의 표정들도 만선의 기쁨 속에 모처럼 환한 모습이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기에 텅비어가던 바다에 고기떼가 다시 찾아오고 있는 것인가? 똑 같은 사람, 똑 같은 배, 똑 같은 그물로 똑 같은 바다에 나가서 투망했는데 예년보다 많은 고기가 잡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겉보기엔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바다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동안 어민들은 남해EEZ에서의 바닷모래 채취가 산란장과 서식지를 파괴하여 어족자원을 고갈시킨다는 점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즉각 중단을 외쳐왔지만 채취기간 연장이 반복되면서 큰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재, 건설업계는 피해가 없다고 강변하면서 어민들의 타오르는 분노에 기름을 끼얹어왔다. 결국 전국 어민들은 지난해 11월 총궐기를 통해 바닷모래 채취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을 시작으로 급기야 올해 3월에는 4만여척의 어선이 동시에 참가해 사상 유례없는 전국 해상 총궐기를 펼쳐 채취 중단을 강력 요구했다.

이처럼 어민들이 절박하게 채취 중단을 외친 이후에야 비로소 바닷모래 채취는 잠정 중단될 수 있었다. 그렇다. 달라진 것은 바닷속을 뒤집어 파헤치고 상처 입히는 모래채취가 멈춰 섰다는 것이다.

무자비한 바다환경 파괴가 멈춰서자 자연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생명력을 회복하고 풍부한 자원을 우리에게 돌려주는 위대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남해EEZ 모래 채취에 직접적 영향을 받아온 통영, 삼천포, 욕지, 거제, 남해군수협과 멸치권현망수협의 8월말 누적 위판량은 전년대비 15% 가량 늘어났다.

정부가 내년에 바닷모래 채취가 미치는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예산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실증적 연구 이전에 이미 바다는 모래채취로 신음하고 고통받아왔음을 온 몸으로 말해주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가 당장 멈춰져야 할 그 이유를 바다 스스로 입증해보여준 셈이다.

이는 서해EEZ와 전국 연안 곳곳에서 아직도 벌어지는 모래 채취를 당장 중단해야 할 당위성을 강력하게 증명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남해에 되돌아온 고기떼는 우리가 바다를 파괴한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는 해상풍력발전과 조력발전소 건설 등 각종 개발에 희생되고 파괴되며 흘리는 바다의 신음소리가 가득하다. 우리는 이미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진 천혜의 갯벌을 무자비하게 파괴한 전력이 있다.

저명한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는 갯벌의 가치가 농경지보다 100배 이상 높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7년 이후 지금까지 여의도 면적의 250배에 해당하는 갯벌들이 사라지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4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갯벌 파괴로 회복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배우고 느낀 것이 없어 바닷모래 채취를 지속하겠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뜻이다.

남해로 되돌아온 고기떼가 다시 떠나는 일이 없도록, 동서남해 곳곳에 고기떼가 우글거리는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모래채취를 비롯한 해양생태계 파괴 행위가 영원히 멈춰서길 간절히 고대한다.

※ 이 글은 뉴스1에 게재된 기고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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