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노래와 한마음 전통문화 축제
뱃노래와 한마음 전통문화 축제
  • 김상수
  • 승인 2010.06.03 19:25
  • 호수 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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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수협 풍어제
▲ 어업인들의 흥을 돋우는 김석환 거문도수협 조합장

▲ 어업인들의 흥을 돋우는 김석환 거문도수협 조합장
먼바다, 거친 파도 속에서의 고기잡이가 손에 익은 거문도 옛 어부들일지라도 건너 바다인 울릉도 어장까지 가는 뱃길은 만만치 않았을 터. 울릉도 출어채비를 마친 이들은 해마다 음력 4월 보름날이면 바다를 관장한다고 믿어 온 사해용왕을 대상으로 정성을 올리고는 했으니 거문도풍어제다.


이런 거문도풍어제의 본격적인 제차는 보름날 이른 아침에 내장도에서 올리는 ‘고두리 영감제’다.

‘고두리’란 거문도 사람들이 고등어를 일컫는 토박이말. 고두리 영감은 거문도에 고등어 풍어를 안겨준 남해용왕의 아들을 가리킨다 했는데 내장도 정상에 고두리 영감의 제당을 세우고 정성을 드린 뒤부터 거문도 앞 바다에 고등어 떼와 멸치 떼가 몰려들면서 예년에 없던 풍어가 이루어졌다.

이런 일이 거듭되다보니 거문도 주변 바다가 황금어장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던가.

▲ 김영태 지도관리이사의 축사
▲ 용왕제 중 떼배띄우기

풍어제에서 민속종합축제로의 변모
5월 28일, 갈치와 삼치에 고등어가 빼곡이 깔리던 거문도수협 위판장에 섬사람들은 물론 알록달록한 차림새의 관광객들이 들어찼다. 거문도풍어제의 정점이라 할 뱃노래 시연을 보러 온 것이다.

울릉도로 출어했던 거문도 옛 어부들이 출어에서 만선이 되어 귀항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는 이 어로요가 시작되면 섬사람들은 물론, 부러 날을 맞춰 찾아온 여행객들까지 한데 어울리는 흥겨운 잔치 판을 벌인다.

▲ 서도, 전야제 행사 중 불꽃놀이
‘어허야디야 어기여차 디여로세’. 작사나 작곡자도 모르는 이 거문도 뱃노래는 어업인들이 그물을 마련할 때부터, 고기를 잡으러 나갈 때 그리고 고기를 잡으면서부터 만선이 되어 돌아올 때까지 곡절마다 흥겹게 혹은 힘들여 불렀던  어로요. 이런 어로요가 다시 한 번 거문도수협 위판장 앞에서 펼쳐졌는데, 힘들여 부르는 게 아니라 듣기에 흥겹게 불린 이유는 어업인들의 축제라 할 풍어제이기 때문이겠다.

“수협중앙회의 어촌전통문화재현 지원사업 덕분에 올해는 단출한 풍어제에서 벗어나 3일에 걸쳐 관광객들이 동참하는 전통문화 재현과 전통어업 체험 등 거문도 민속의 종합적인 축제로 업그레이드해서 열게 되었습니다.“

김석환 거문도수협 조합장이 제례사 중에 밝힌 말인데, 실제로 올해의 거문도풍어제에서는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국악인들의 전야제 무대와 불꽃놀이를 시작으로 전통어업인 조내이(지인망)와 챗배 체험, 어선선단 오색연막 퍼레이드 등등 3일간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면서 축제장을 찾아온 섬사람들과 관광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특히, 뱃노래 중 예전에 거문도에서 행해졌던 멸치잡이 챗배가 처음 등장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집어등을 이용해 멸치 어군을 모은 뒤, 세 개의 챗대와 그물을 이용해 잡는 거문도 전례의 어법이라는 설명이다.

▲ 거문도중학교 학생들이 전통 멸치잡이인 챗배 체험에 참여했다
관광객들에게는 축제 마지막날 열린 전통어법 ‘조내이(지인망)‘ 체험이 특히 인기. 아직 수온이 낮아 어군이 몰려들지 않을까 염려한 거문도수협에서 참돔 몇 마리를 마련, 본격적인 그물 당기기가 시작되기 전에 풀어놓음으로써 서도에 설치된 체험장에 열기를 더했다.

거문도수협 직원들과 내연발전소 직원들까지 합세해 올린 그물 속에는 망상어 수 십 마리와 참돔 세 마리 등 참여한 관광객들에게 충분한 횟감이 들어있어 박수갈채가
▲ 거문도 전통어업 조내이(지인망)에 참석한 관광객 가족이 잡아낸 어획물을 들어보였다
이어지기도 했다.

조내이 체험장에서 직접 잠수복을 입고 행사를 주도한 거문도수협 강수송 상임이사는 ‘첫 행사치고는 어느 정도 만족한다.

수협중앙회와 농림수산식품부, 농어촌희망재단 등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어업인들만의 단순한 풍어제에서 벗어나 민속종합축제로의 변모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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