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 (蘭湖魚名考)(17)
난호어명고 (蘭湖魚名考)(17)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06.29 14:06
  • 호수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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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지난 2011년부터 ‘수산 지식 나눔 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의 ‘어명고’ 부분을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바다의 인삼 ‘해삼’

해삼(海參)

성질이 따뜻해서 비장을 보하는 효능이 인삼에 맞먹는 까닭에 해삼(海參)이란 이름이 있다. 비늘과 뼈가 없으며 꼬리와 지느러미가 없다. 등은 둥글고 엷은 푸른색이며 배는 평평하고 조금 흰색이다. 몸 전체에 우둘투둘 종기 같은 것이 나 있는데 큰 것은 5~7치이다. 물속에서 꿈틀거리며 헤엄쳐 가다가 다른 물체가 건드리면 공처럼 작아졌다가 천천히 다시 커진다. 물을 떠나면 오이를 반 가른 것 같은 모양이 된다. 자세히 살펴보면 껍질이 갈라진 것 같은 입이 있지만 이빨은 없으며 칼로 새긴 것 같은 눈이 있지만 눈동자가 없다.

바다사람들이 잡아서 볶아 소금 즙을 제거하고 햇볕에 말리면 색깔이 그을린 것 같은 검은색이 되는데 대나무 꼬챙이 하나에 10마리를 꿰어서 사방으로 판다. 바다 어족 중에 가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효능이 있다. 동해에서 나는 것이 살이 두터워 품질이 우수하고 서해와 남해에서 나는 것은 살이 얇고 효능이 떨어진다. 중국 사람들이 더욱 좋아하는데 매년 북경 상인들이 수레를 가지고 와서 싣고 가 많은 돈을 번다. 5~6월에 장연과 풍천(황해도 지명) 해변에 금법(禁法)을 무릅쓰고 와서 채취하는 자들은 모두 중국의 각화도(중국 요동의 섬) 사람들인데 이익이 커서 금지할 수 없으니 아마도 중국에서는 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화한삼재도회』에 이르기를 ‘해서(海鼠)가 중국에서는 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식물본초』에서 모양이 당나귀나 말의 음경과 같다고 한 것과 『오잡조』에서 형상이 남자의 생식기와 같다고 말한 것은 모두 볶아서 말린 해서를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본초강목』에서 토육을 괴수류 속에 둔 것은 그것이 바다고기 인줄을 모른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믿을 만하다.

평설

해삼은 극피동물 해삼강에 속하는 해삼류의 총칭이다. 바다 밑바닥에 살며 전 세계에 분포한다. 방언으로 홍삼, 목삼이라고 한다. 몸은 앞뒤로 긴 원통 모양이고 등에 혹 모양의 돌기가 여러개 나있다. 몸의 앞쪽에 입이 열려 있고 그 둘레에 촉수가 여럿 달려 있으며 뒤쪽에는 항문이 있다. 아랫면에 가는 관으로 된 관족(극피동물의 수관계에 붙은 다리)이 나 있어 이것으로 바다 밑을 기어 다닌다. 촉수로 바다 밑에 깔린 모래 진흙을 입에 넣어 모래 진흙 속에 들어 있는 작은 생물을 잡아먹고 모래와 배설물은 밖으로 내보낸다. 외부에서 자극을 받으면 내장을 끊어서 항문 밖으로 내보내지만 재생력이 강해서 다시 생긴다.

해삼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내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혈액을 정화하는 효능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예부터 해삼을 바다의 인삼으로 여겨오면서 남성의 생식기능 강장효과와 성신경흥분약으로 많이 사용했으며 폐결핵 그리고 여러 가지 출혈성 질환과 빈뇨증에도 썼다. 이러한 성능 때문에 해삼은 성질이 따뜻해 비장을 보하므로 ‘효능이 인삼에 맞먹는다’고 했다. 어명고에서 해삼의 모양을 ‘오이를 반 가른 것’ 같다고 했는데 서구 해삼의 이름이 ‘바다 오이(sea cucumber)’다. 또 어명고에서는 황해도 해변에 중국인들이 와서 몰래 해삼을 채취해 간다고 했다. 『택리지』에는 ‘장산곶 바다에서 해삼이 나는데 뼈가 없는 충이다. 마치 한 덩어리 검은 것이 오이 같은데 전신이 살로 된 가시가 있다. 중국인들이 검은 비단을 물들이는데 쓴다. 중국 등주와 내주 사람들이 매년 배를 타고 잡으러 와서 금지하는 것을 무릅쓰고 잡아가는데 그 이익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북관지역의 6진과 회령, 경원에서는 중국인을 위한 시장을 여는데 해삼이 비싼 물건이다. 그래서 공과 사를 막론하고 해삼을 무역한다. 중국인들은 해삼을 비단에 풀 먹이는 데 보신제로 쓴다 한다. 해마다 시장에서 거래하는데 해삼이 없어지도록 사가며 이것이 바다 백성들의 고질적인 폐단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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