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문화마당_ 책 소 개
수협 문화마당_ 책 소 개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06.08 15:45
  • 호수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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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진리가 있다.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지식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손에 잡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또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지는 어업인과 수협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엄선된 다양한 책 등을 소개한다.

거인을 바라보다 (우리가 모르는 고래의 삶)

- 저  자  엘린 켈지
           (옮긴이 황근하)  
- 출판사  양철북

■ 지구의 반을 나눠 쓰는 존재

공룡만큼이나 인기 있는 거대동물이 있다. 바로 ‘고래’다. 이들은 이미 멸종된 공룡과는 달리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바닷속 깊은 곳을 자유자재로 다니고 남극과 북극을 내 집 안마당처럼 노는 고래들을 직접 관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래는 여전히 미지의 동물이다. 서점에서 만나는 고래들은 예쁜 동화책의 주인공이다. 등 위로 내뿜는 물줄기와 귀여운 고래 그림, 동물원의 돌고래쇼는 환상을 준다. 그런데 한편으로 살짝 시선을 옮겨보자. 고래를 생태적 관점에서 본 책이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이 책에서 저자는 고래를 단순한 거대동물로 보지 않는다. 고래는 ‘문화’를 만들고 계승하며 우리와 더불어 지구의 반을 나눠 쓰는 존재다. 인간의 오감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저자는 단순히 고래의 삶을 서술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래의 규모에서 바다 생태계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전 세계 고래 연구자들의 관점을 소개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인식을 더 깊고 넓게 전환하자고 주장한다.

■ 극한의 모성

고래는 바다에서 살아가는 유일한 포유동물이다. 이들은 길게는 90살까지 살며 오랜 기간 어미가 새끼를 키운다. 한 번에 한 마리만 낳기 때문에 번식 속도가 상당히 느리며 어미가 새끼 한 마리에게 들이는 공도 무척 크다. 문제는 바다가 어미들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호시탐탐 노리는 포식자를 피해야 하고 이동하는 먹이를 찾아 항상 헤매야 하며 끊임없이 변하는 해수의 운동을 파악해야 한다. 숨을 곳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어미는 새끼에게 수영과 사냥을 가르치고 먹이의 위치를 알려주며 안전한 곳으로 안내할 유일한 존재다. 이런 고래를 가리켜 저자는 “지극히 헌신적인 어미”라고 표현한다. 이를 뒷받침할 사례들은 무궁무진하다.

생후 6개월 동안 젖을 먹으며 새끼의 몸무게가 17톤 이상 불어나는 동안 흰긴수염고래 어미는 몸무게의 30%를 잃는다. 붙잡혀간 새끼를 돌려받기 위해 포경선을 끝없이 공격하는 쇠고래도 있다. 간혹 남의 새끼를 납치하는 고래들도 발견된다. 이들은 참치잡이 배의 추격에서 새끼를 잃었던 고래들이다. 저자는 이런 어미 고래들을 ‘본능’이 아닌 ‘감정’을 가진 존재로 본다. 저자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갖고 있는 고래에 대한 따스한 시선은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잃어버린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조용히 일깨운다.

■ 지식의 공유와 전수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고래가 극도로 지적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밝혀낸 것은 2006년 뉴욕 시나이산 의학대학교 과학자들이었다. 이들은 혹등고래 뇌에서 방추신경세포를 발견했다. 이 뇌세포는 이전까지  오직 인간과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대형유인원에게서만 발견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인간의 뇌 중 사회적 조직력과 공감 능력, 화술, 타인의 감정에 대한 직감, 신속한 ‘본능적’ 반응을 담당하며 사랑과 감정적 고통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던 곳이다.

고래는 큰 뇌를 가진 매우 지능적인 동물이다. 저주파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고 고유한 휘파람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고 도구를 사용한다. 그들은 환경에 적응하고 맞춰가는 진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 뿐만 아니다. 독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해저에서 해면동물을 뜯어내 주둥이에 물고 사냥을 하는 병코돌고래도 있다. 이들은 해면동물을 보호장갑처럼 사용한다. 신기한 것은 이 ‘해면동물 사용법’을 어미 돌고래에게 배운다는 점이다. 본능이 아닌 학습에 의해서 말이다.

이와 같은 연장 사용은 어미에게서 딸에게로 문화적으로 전수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 한 마리가 어떤 도구를 사용해 그들 사이에서 화젯거리가 되고 다시 다른 돌고래들이 이 행동을 모방하고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것은 해양포유류가 야생에서 서로에게 도구 사용법을 알려준다는 증거다. 즉 그들이 문화를 가졌음을 증명하는 증거가 된다.

■ 따뜻하고 웅숭깊은 시선

분명 고래 연구에는 아직까지 많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우리가 고래에 대해 아는 지식이란 연구자들이 수면에서 얻어낸 극히 일부분의 정보로부터 추론한 것에 불과하며 그조차도 계속 같은 장소만을 관찰해 얻은 정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간의 이해 범위를 넘는 규모에서 살아가는 고래의 삶을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하지만 고래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한 이들을 단순히 숫자로 인식하지 않는 한 우리는 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고래와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조직적이며 국제적인 제도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고래를 기억하는 것이 낭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인간을 생태계 피라미드의 가장 정점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이 모든 유기체를 큰 그림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자료제공 =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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