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철 · 브티 눙(이지은) 가족, 다문화 어업인 가정
노상철 · 브티 눙(이지은) 가족, 다문화 어업인 가정
  • 김병곤
  • 승인 2010.01.05 20:04
  • 호수 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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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국인, 억척 아줌마 베트남댁

▲ 새벽에 양식장에서 거둬들인 굴의 박신작업(알굴을 골라내는 일)중에 포즈를 취해준 고흥 다문화가정부부. <사진 김상수>


‘한국 며느리보다 낫다’ 주변서 칭송
 한국어가 힘들지만 아이들 때문에 행복

▲ 두 딸과 함께 거실에서 기념촬영 <사진 김상수>
“처음에는 말이 안 통해 정말 깝깝(답답하다는 전라도 사투리)했어요. 그래서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시부모와 남편이 너무 잘해줘서 행복합니다” 얼핏 외모나 말투만 보면 영락없는 전라도 여인네다.

전남 고흥군 포두면에서 굴양식과 어선어업을 하는 노상철(44)씨의 부인 브티 눙(36·한국명 이지은)은 다문화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또 다른 한국인이다. 베트남 타이빈주에서 한국에 시집온 7년차 주부다. 다섯 살 박이 민정과 세살 은정이라는 두 딸을 챙기고 시부모를 직접 모시고 살면서도 불평 하나 없다.

바다가 없는 산골에서 살아 시집와서 바다를 처음 봤다는 브티 눙이지만 바다 일에는 베테랑이다. 도시에서 굴 주문이 들어오면 일일이 메모하고 택배를 불러 직접 보낸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은 “브티 눙을 보고 있으면 한국 며느리 보다 훨씬 낫다”라고 칭찬이 자자하다.

굴을 까고 바다에 나가서 그물을 올리는 처음 해보는 바다일이 어렵지 않는 냐는 질문에 “열심히 해야지 돈을 벌고 아이들도 가르칠 것 아니냐” 고 반문한다. “한국에 온지 7년이 됐지만 아직도 한국어가 가장 어렵습니다. 커가는 아이들과의 대화에 가끔 힘듭니다”라고 고백한다. 다행히 고흥읍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국예절교육도 받았다. 힘든 일과에도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 베트남 어머니들의 자식사랑도 우리 못지 않다. <사진 김상수>
그래서 한마을에 있는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만나 다 문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고 있다. 출신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한국에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서로 고민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교회에도 열성이다. 동네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그녀는 바다일을 하다가도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올 시간이면 만사를 제처 놓고 달려가 이것저것을 챙기는 영락없는 한국 엄마다. “얼마 전에는 가족모두 친정 에 다녀왔어요. 한국에 와서 또 고향이 그리웠지만 아이들이 있기에 너무 행복합니다”라며 그녀는 흐뭇해했다.

“앞으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문화도 배울 것입니다. 어업인의 아내로서의 성공과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라는 그녀의 마음과 얼굴에는 이미 미래의 희망을 그려내고 있었다.

우리는 단지 문화적 주체성과 인종적 단일성만 강조한 나머지 또 다른 한국인들을 차별하고 분리했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외국인 인구 11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을 배타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제 다인종, 다민족 사회를 아우를 수 있게 민족의 다양성과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때다.

▲ 굴 박신작업중인 시어머니께 귤을 먹여드리는 베트남 며느리 <사진 김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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