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_수우도
우리 바다 여행_수우도
  • 배석환
  • 승인 2017.04.13 13:52
  • 호수 3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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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전설이 깃든 미지의 섬, 수우도


▲ 수우도 마을전경

동이 터오는 이른 아침 6시. 삼천포항에서 수우도로 떠나는 배에 올랐다. 수우도는 행정구역상 통영시에 속하는데 섬을 드나드는 여객선은 사천시 삼천포항에서 출발한다. 배안은 텅텅 비어있다. 시간이 너무 일러서 그럴 것이다.

수우도는 삼천포항에서 뱃길로 10km남짓 떨어져 있어 30여분 정도면 도착하는 가까운 섬이다. 통영의 여러 섬들과 마찬가지로 이른 봄 동백으로 물드는 섬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세월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기이한 바위 모양 때문에 섬 곳곳에 볼거리가 풍부하지만 불과 3km정도 떨어진 사량도가 워낙 유명한 섬인지라 아직 아는 사람만 찾는 청량한 섬이다.


30여가구가 되지 않는 조그만 섬마을의 아침은 너무도 고요하다. 가장 먼저 아침을 여는 이들은 섬의 최고령 할머니들이다. 바다에 나가 일을 하기엔 힘이 부쳐 새벽 바닷일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신 섬마을 이곳저곳을 청소하는 것으로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깨끗하다. 해양쓰레기도 분리수거가 잘 돼있다. 섬을 보존하려는 노력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봄이 스며든 섬에는 동백을 비롯해 진달래, 벚꽃까지 다양한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조그만 섬이지만 산세는 평범하지 않다. 가장 높은 은박산 정상은 해발 189m로 거친 숨을 참으며 올라가야 한다.

섬 전체가 바위산이다. 배를 타고 바다에서 바라보면 민둥 바위산이 만들어낸 비경과 매를 닮은 매바위, 해골모양의 해골바위, 그리고 고래와 똑 닮은 고래바위 등 다른 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비경들이 숨어 있다.

▲ 해골바위
▲ 고래바위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만나는 바위가 고래바위다. 고래를 뒤에서 바라본 형상을 하고 있다. 곡선의 바위 능선이 고래의 머리모양과 매우 흡사하다. 나무가 없기에 더 그렇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고래 입모양까지 볼 수 있다.

바위 능선은 급격한 경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섬을 찾는 이들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섬 구석구석을 탐험하듯 등산한다. 같은 모습의 바위라도 보이는 위치마다 생김새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바위산의 특성상 정상에 시야를 가리는 나무들이 없어서 근처 사량도와 욕지도 등 여러 섬들을 조망할 수 있어 6km 정도의 짧은 등산구간임에도 눈에 담고 가는 아름다움은 다른 섬들에 뒤쳐지지 않는다.

▲ 마을 벽화
선착장 왼편에서 시작된 등산로는 섬 오른편에 위치한 몽돌해변에서 끝이 난다. 워낙 절벽구간이 많은 섬이기 때문에 여행객들이 유일하게 수우도의 바다 환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몽돌해변 여기저기엔 거북손, 따개비, 자연산 미역을 비롯해 다양하고 소소한 먹거리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수우도의 매력을 만끽하고 다시 원점인 선착장에 도착하면 보통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아침 6시 배로 섬에 도착했으면 점심 먹을 시간에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셈이다. 섬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식당도 그리 많지 않다. 푸짐하게 차려진 밥상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섬 주민들이 직접 채취한 자연산 해산물들이 담긴 소박한 먹거리들로 허기를 채울 수 있다.

섬을 나가려면 오후 4시에 삼천포항으로 떠나는 배를 타야 한다. 아침 일찍 도착했으니 느릿느릿 걸어도 시간이 제법 넉넉히 남는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벽화들이 오래된 담벼락과 잘 동화돼있다. 그렇게 마지막 가구가 있는 곳에 도달하면 큰 당산나무 아래 조그만 사당 하나를 볼 수 있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고 있기에 풍어제를 지내는 곳이라 여겼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 동백꽃
사당은 지령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설능장군’을 모시는 사당이다. 실제 관직을 받은 장군은 아니다. 이와 관련된 독특한 구전이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마을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물고기들과 같이 헤엄치며 노는 마치 인어와 같은 재주를 지녔고 후에 아이가 자라서 노략질을 하는 왜구들을 혼내주며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이를 괴상하게 여긴 조정에서 그를 생포해 극형을 처했다. 그런데 그가 죽자 왜구의 노략질이 심해져 이를 견디기 힘들었던 마을 사람들이 사당을 짓고 제를 올리자 섬이 평온해졌다고 한다.

섬을 떠나는 마지막 여객선의 뱃고동이 울리고 다시 삼천포항으로 향한다. 장엄하지는 않지만 다른 어떤 섬에서도 보기 어려운 독특한 섬 풍경을 가지고 있는 수우도. 꼭 한번 다시들러 미지의 섬이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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