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 (13)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 (13)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03.23 11:27
  • 호수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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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지난 2011년부터 ‘수산 지식 나눔 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의 ‘어명고’ 부분를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번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서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강에서 나는 가장 크고
맛있는 물고기‘숭어’

치(鯔)【슝어】

‘슝어’는 색깔이 검은 비단처럼 검은 까닭에 ‘숭어 치(鯔)’자에 검은 ‘비단 치(緇)’자가 들어 있다.

중국 월나라 사람(중국 광동성 사람을 가리킨다)은 자어(子魚)라고 부르는데 그 알이 살지고 맛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민간에서는 수어(秀魚)라고 부르는데 그 모양이 길면서 빼어나기 때문이다. 바다와 통하는 강과 내에 모두 다 있다.

몸이 둥글고 대가리는 넓적하며 뼈는 부드럽고 육질은 쫄깃하다. 천성이 진흙 먹기를 좋아하는 까닭에 사람이 먹으면 비장에 도움이 된다. 큰 것은 5~6자이고 작은 것도 두어 자 남짓 된다.

강에서 나는 것 중에서 가장 크고 맛있는 물고기이다. 그 까닭에 좌사의 『오두부』의 ‘숭어는 비파 같다[鮫鯔琵琶]’의 주에 이르기를 “숭어는 길이가 7자이다”라고 하였다. 이시진이 ‘길이는 1자 남짓이다’라고 한 것은 단지 작은 것을 보았을 따름이다.

4~5월에 알이 배에 가득 차는데 2개의 태의(胎衣)가 탯줄을 공유한다. 어란은 알이 잘면서도 끈끈하고 미끄러운데 햇볕에 말리면 색깔이 호박(琥珀)과 같아서 부자와 귀인들에게 매우 귀한 식재료가 된다. 민간에서는 건란(乾卵)이라고 한다.

평설

숭어는 숭어목 숭어과에 속하며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바닷물고기이지만 산란기에는 강과 바다가 섞이는 기수역(강물이 바다로 들어가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곳이며 소금 농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물들이 살고 있다. 하구역이라고도 한다)에서 흔히 볼 수 있고 강 상류로 올라오기도 한다. 숭어와 같은 과에는 비슷하게 생긴 가숭어와 알숭어, 등줄숭어가 있다.

가숭어는 숭어보다 몸집이 크고 길이가 길쭉하며 숭어가 눈이 까만 것에 비해 눈이 노랗다. 우리나라 여러 지방에서 흔히 숭어라 부르며 먹는 것은 대부분 가숭어다(정문기, 1997).

숭어와 가숭어는 모양도 약간 다르지만 산란기도 차이가 있다. 숭어는 10~2월에 산란하지만 가숭어는 4~6월에 산란한다. 어명고에서 숭어가 음력 4~5월에 산란한다고 하니 이 경우는 숭어가 아니라 가숭어를 말하는 것이다. 어명고 작성 당시에 두 숭어 종류를 구분하지 않았을 수 도 있다.

숭어떼는 썰물 때 갯벌에서 그물에 걸려든다. 이렇게 갯벌에서 잡은 숭어를 뻘거리라고 하며 이를 숭어 중에서도 최고로 친다. 숭어는 예부터 맛이 있는 물고기로 일컬어져 왔고 전남 영상강, 전북 만경강, 충남 아산만, 경기도 한강 어귀, 평안도 대동강 어귀 등이 숭어 산지로 유명하다.

숭어 어란은 숭어알을 소금에 절여 말리고 압축한 것으로 예로부터 귀한 음식으로 평가되어 왔다. 어란 중에서도 영암 숭어 어란이 으뜸으로 평가받는데 기름진 갯벌에서 자란 알숭어 알을 가공한 것으로 예로부터 진상품이었다. 어란은 가숭어 알로도 만들며 영암지방에서는 가숭어를 아예 참숭어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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