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문화마당_책 소 개
수협 문화마당_책 소 개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03.23 11:27
  • 호수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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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진리가 있다.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지식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손에 잡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또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지는 어업인과 수협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엄선된 다양한 책 등을 소개한다.

어촌자본주의

 -저  자  이노우에 교스케,
NHK 어촌 취재팀(역자 김영주)   
-출판사 동아시아

◆어촌이란 무엇인가

‘어촌자본주의(원제: 里海資本論)’는 2014년 3월 23일 일본 NHK에서 방송된 [어촌(里海· SATOUMI) 세토 내해]라는 방송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세토 내해에서 시작된 바다를 살리는 모든 활동을 뜻하는 ‘어촌’과 그것을 토대로 자본주의의 막다른 길에 다다른 현재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어촌자본주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어촌이라는 개념은 일본 세토 내해(內海에)서 시작됐다. 세토 내해는 일본 혼슈섬과 시코쿠섬, 규슈섬 사이의 좁은 바다를 말한다. 1970년대 고도경제성장시대를 거치며 세토 내해에서는 간척이 진행되고 공장이 건설되면서 발전해갔지만 무분별한 발전과 심각한 해양오염으로 바다는 부영양화상태가 됐다. 대량의 플랑크톤으로 적조현상이 발생하고 어획량도 감소하며 해수욕을 할 수 없는 바다로 변했다. 그 빈사상태의 바다가 40년의 시간이 지난 후 되살아났다. 바로 어부들과 주민들 그리고 바다를 살리려는 학자와 민간인들의 노력 덕이었다.

이에 일본의 한 교수는 1998년 어촌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며 어촌을 ‘인공적인 관리를 통해서 생물다양성과 생산성이 향상된 연안 해역’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2006년에는 ‘어촌론(里海論)’이라는 책도 출간했다. 실제로 바다에서 실험한 결과를 바탕으로 굴과 잘피 등 해양생물의 새로운 서식환경을 정비하는 인공적인 관리를 통해 바다의 생물다양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의 증명을 바탕에 둔 결과였다. 즉 인간이 관여해서 바다의 순환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생산성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파괴된 자연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인간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라고 생각해온 세계의 상식은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어촌

어촌은 지중해를 시작으로 미국과 인도네시아, 중국 등의 내해와 만(灣) 등 바다 오염의 해결책이 되기 시작했다. 미국 동부 워싱턴 D.C의 포토맥(Potomac)강이 흘러드는 체서피크만(Chesapeakea灣)은 가축 배설물로 바다의 조개가 거의 사라졌었다. 그러나 최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굴 기르기를 계속하며 오염된 바다를 깨끗하게 정화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의 자바(Java)섬에서는 맹그로브(mangrove) 밀림을 개척해 만든 새우양식연못이 오염돼 새우가 대량으로 죽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주민과 양식어민들은 잘라버렸던 맹그로브를 다시 심고 물속에 번식했던 해초도 늘렸다. 양식의 효율성만 추구하며 오직 새우만 양식하던 방식을 바꾸고 포식자인 다른 물고기들을 함께 길렀는데도 3배나 더 많은 새우가 자라게 된 것이다. 이 어촌 성공체험은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고 프랑스의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도 어부들과 환경단체의 심각한 대립을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대한민국도 참고해야 할 책

최근 인기를 끌었던 [삼시세끼: 어촌편]이라는 방송은 단순히 시골에서 밥을 지어먹는 예능프로그램이 아니다. 자연과 함께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돼 있다. 한계에 부딪힌 지금의 자본주의 시대에는 모두 함께 자연 친화적 삶을 살려는 노력과 공생의 원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듯 ‘어촌자본주의’에서는 단순히 오염된 바다를 살리는 이야기만 하고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의 한계에 다다른 현재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야 함을 강조한다. 바다는 어부들이나 해양학자들만의 관심 대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바다는 결국 자연이고 인간은 그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든 어업과 관계가 없는 사람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어촌자본주의는 ‘일본의 이야기일 뿐이다, 바다와 관련된 것이기에 일반인들이 따라 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 도시적 삶을 살고 있는 사람과는 맞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우리 모두 지구에 서식하는 인류의 한 사람인 이상 이 책에 적힌 생태계의 틀 안에서 멋대로 벗어날 수는 없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아울러 그러한 근시안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 눈앞의 바다나 강, 마을하천에서부터 둘러보고 생각해보기를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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