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노야 새노야’ 어디서 들을 거나 멸치잡는 어부들 신음소리만 들리네”
“그 ‘새노야 새노야’ 어디서 들을 거나 멸치잡는 어부들 신음소리만 들리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03.23 11:27
  • 호수 3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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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수 행정개혁시민연합정책위원·수산물품질관리사

새노야 새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
새노야 새노야!
기쁜 일이면 저 산에 주고
슬픈 일이면 내가 받네./
새노야 새노야!
산과 바다에 우리가 살고
산과 바다에 우리가 가네./
새노야 새노야!
기쁜 일이면 바다에 주고
슬픈 일이면 님에게 주네.

고은 시인이 쉬운 시어와 아름다운 운율로 쓴 유명한 시 ‘새노야’이다.‘새노야’는 시인이 거제지역 배를 타고 지나다가 어부들이 멸치 잡으며 부르던 뱃노래말 후렴구를 기억하고 시를 지었다한다. 그물을 힘들게 들어올리고 터는 고된 노동 중에도 만선을 기원하며 부르는 멸치잡이 어부들의 새노야 새노야 합창은 희망의 외침이다. 그래서 “기쁜 일이면 산에 주고, 기쁜 일이면 바다에 주네”가 된 것이다. 가수 양희은이 곱게 부르는 ‘새노야’를 들었을때 그 아름다운 노랫말에 취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의 멸치어선에서 새노야 합창이 들릴까. 멸치어획량이 믿기 힘들 만큼 급감하였다.어부들의 신음이 터질만 하다.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생산량은 1986년 173만톤 최고치 이후 2016년 92만톤으로 하락하였다. 특히 멸치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40%나 급감하였다. 어획량 감소의 원인은 중국어선불법조업남획, 해양환경오염, 남해안과 서해안의 해저모래 과다한 소실 등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해저 생태환경소실은 1차먹이사슬의 붕괴를 뜻하며 이는 전체 어족자원 연쇄고갈의 직접 원인이 된다. 1차먹이들의 생태계인 EEZ(배타적경제수역)해저모래는 수산동식물의 산란과 생육 및 서식장이다. 더욱이 남해 EEZ모래채취 해역은 연근해어업 생산량 1~3위를 차지하는 멸치와 오징어, 고등어를 비롯한 주요 수산생물의 회유경로이며 월동장이기도 하다.

통영시 욕지도 남방 50km지점 해저에서 2002년 부산신항 건설공사용 모래채취 이래 무려 6200만㎥이상 채취되고 있다. 해수부는 어업인들과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의 채취중지 호소에도 불구하고 3월 1일부터 2018년 2월 28일까지 1년간 바다모래 650만㎥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해역이용협의의견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어업인들의 인내도 한계점을 넘어선 듯 하다. 어업인들은 “어족자원 고갈로 어업인과 수산계가 생존위기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채 바다모래채취 연장을 결정한 것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시인 사홍만은 ‘한맺힌 어머니의 바다 텃밭’이 아파트 빌딩이 치솟는 만큼씩 빼앗겨 해양생태가 무너짐을 탄식하며 오죽했으면 우리가 깃발을 들고 어머니의 텃밭을 지키자고 시로 항변하였겠는가. 바다모래채취 폐해의 더 큰 심각성은 사실상 복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바다지형에는 5~10m 가량의 웅덩이나 골이 만들어지고 빈산소(용존산소결핍)가 형성돼 생물의 폐사가 발생할 수 있다. 설상가상 4대강 댐 등으로 육지모래 유입마저 막혀 회복이 더욱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경제개발로 잃어버린 갯벌을 두고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해왔던가. 유수면매립·간척사업 등으로 갯벌 22%가 사라졌다. 정부는 지금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이자 산란지이며 오염정화와 자연재해 저감능력이 탁월한 갯벌의 가치를 인정하고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갯벌의 교훈을 잊지말자. 세월이 흐르면 해저모래생태환경 복원에 얼마나 공을 들여할 것인지 생각해봐야한다. 이미 많이 잃었다. 이제 멈추어야 한다. 멸치잡는 어부들의 새노야 새노야 외침이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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