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_추도
우리 바다 여행_추도
  • 배석환
  • 승인 2017.03.02 11:54
  • 호수 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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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메기 섬, 추도

▲ 추도 일주로 해안 풍경
누군 파도를 만들어 내는 게 바다의 일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여행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바다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시름과 걱정을 떨쳐낼 수 있다. 바다는 여유와 한적함을 선물한다. 거기다 푸른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은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바다 여행지를 소개한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여객선들의 항로 중간에 자리한 추도. 하지만 아침 7시, 그리고 오후 2시 30분, 하루에 2번 운항하는 여객선이 섬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지리적 위치의 장점에 비해 너무도 적은 운항횟수다. 더욱이 여객선에 실을 수 있는 차량이 6대로 제한되어 있어 차량을 가지고 섬에 들어가려는 여행객들과 섬 주민들이 의도치 않게 경쟁을 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또한 풍랑주의보 때문에 배가 결항  된 다음날이 되면 여객선은 만선이 되어버린다고 한다.

추도까지는 1시간 10여 분 정도 소요된다. 작은 섬이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 섬 여러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내리는 곳이 두 곳으로 미조 마을이 있는 미조선착장과 대항마을이 있는 대항(한목)선착장이다. 아침 7시에 출발한 여객선은 미조선착장에 먼저 도착하지만 오후에는 반대로 대항선착장에 먼저 도착한다.

10여가구 정도가 모여 살고 있는 소박한 미조 마을에 도착하니 공사가 한창이다. 길을 내고 건물을 짓고 있는 모습이다. 선착장은 텅 비어있다. 다들 새벽 조업을 떠난 것이다. 아마 오후가 되면 조업을 끝내고 돌아온 어선들로 활기가 넘칠 것이다.

▲ 미조 마을 근처에 위치한 용머리 섬
▲ 미조 선착장

미조 마을엔 천연기념물 345호로 지정된 후박나무가 있다. 수령이 약 500년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다. 생김새가 범상치 않아 마을 주민들은 이 나무가 마을을 보호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한다.

후박나무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빨랫줄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마을 곳곳에 이러한 줄과 못을 박아 놓은 나무 구조물이 사방에 널려 있다. 바로 추도의 명물 물메기를 건조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이다. 2월 중순을 지나서 인지 많은 양의 물메기가 건조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군데군데 말라가고 있는 물메기가 추도를 더욱 추도답게 만들어 주고 있다.

▲ 대항 마을에서 시작하는 등산로
시원한 물메기탕을 먹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대항 마을로 향한다. 추도 일주로는 섬 둘레로 조성되었기 때문에 방향을 어느 곳으로 잡아도 대항 마을에 도착한다. 둘레길은 8km 정도다. 3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대항 마을은 보건소를 비롯해 학교, 발전소 등 여러 시설들이 모여 있다. 그래서 가구 수도 많고 사람도 더 많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건립된 목욕탕이 눈에 들어온다. 매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 주민들의 자랑이 이만저만 아니다. 목욕탕 옆으로는 지금은 폐교가 된 초등학교 건물이 보인다. 누군가 매일 청소를 하고 있는지 여느 폐교와는 다르게 깨끗하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칠판에 낙서가 한가득이다. 지금은 어른이 된 졸업생들이 그 때의 기억을 추억하며 친구들의 이름을 적어 놓았다. 허름하게 변해버린 교실안의 시간이 폐교가 된 지난 1997년 3월에 그대로 멈춰있는 것 같다.

몽돌이 가득한 추도해수욕장엔 마을 아낙들이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날 수거해 온 대나무 통발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추도 대나무 통발은 물메기를 잡기 위한 것이다. 2월 중순부터 바다에서 철수 하는데 구멍 난 부분을 수선하고 내년 물메기 어장에 설치하기 위해 추운 바닷바람을 이겨내며 차곡차곡 엉키지 않게 통발을 쌓고 있다.

▲ 물메기를 손질하고 있는 미조 마을 주민들
어느 덧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곧 추도를 떠나는 마지막 배가 들어 올 시간이다. 부지런히 미조 마을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어선들이 들어와 선착장엔 미조 마을 주민 모두가 나와 있는 것 마냥 붐빈다. 대항 마을과 같이 통발을 정리하는 어업인들이 있는가 하면 올해 마지막 물메기 조업을 마치고 배안 가득 물메기를 싣고 온 어선들도 있다.

수레로 옮겨 담은 물메기는 곧바로 손질에 들어간다. 능숙하게 몸통을 반으로 가르고 먹을 수 있는 내장과 버려야 하는 것을 분리한 뒤 찬물로 깨끗이 씻어 주면 작업은 끝난다. 이제 추도의 바닷바람과 햇볕이 전국에서 가장 질 좋은 건물메기를 만들어 낼 것이다.

섬의 생김새가 가래로 곡식을 파헤치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추도(楸島)’라 불린다. 작은 섬이지만 물이 풍부해 살기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경제생활의 근원인 물메기 어획량이 갈수록 줄어들어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지지만 넉넉한 인심으로 소박하게 살아가는 그들이기에 바다는 다시 추도에 풍요로움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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