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문화마당_책 소 개
수협 문화마당_책 소 개
  • 수협중앙회
  • 승인 2017.02.16 15:55
  • 호수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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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진리가 있다.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지식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책을 손에 잡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또 매일 같이 쏟아지는 신간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에 본지는 어입인과 수협 직원들의 자기계발과 문화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엄선된 다양한 책 등을 소개한다.

 

문화도시, 인문예술과 공간을 만나다!

 -저  자  김춘식    -출판사 느티숲

이 책은 포항 지역의 학자 및 전문가들이 포항학 인문아카데미에서 발표한 총 13개 강연원고를 엮은 것으로 국내 최초로 특정한 도시를 인문예술과 공간의 관점에서 조망한 것이다. 포항학 인문아카데미의 세부 강좌는 모두 포항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포항의 정신, 역사와 문화, 문학과 예술, 생태환경과 공간미학 그리고 음식에 담긴 문화적 의미 등을 다루고 있다.

‘포항’은 과연 어떤 도시인가? 2015년 타지역 사람들을 대상으로 포항의 이미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포항은 해양 도시와 철강 도시, 첨단과학 도시, 산업 도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주지하듯이 포항은 외지인 비율이 75%(영일군 제외)나 되어 전국 어느 도시보다 다른 지역 이주민의 비율이 높은 도시이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조금 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포항은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가진 도시이며 포항이 보유한 이러한 다양성은 포항의 창의적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자산임에 틀림이 없다.

과연 포항다움을 알게 해주는 포항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특정 도시나 지역의 정체성은 오랜 역사와 지리적 환경, 주민들의 삶의 방식과 생활환경의 축적으로 형성된 문화적 결과를 말한다. 그러나 한 도시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정체성은 끊임없이 확인되고 발굴되며 보전하는 전과정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포항의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천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체성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에 주목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포항의 정체성은 문화적으로 열린 도시를 지향했을 때 확인할 수 있다. 열린 도시는 꼭 외부로의 열림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내부에서도 활짝 열린 민주적 수렴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도시민들이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지역공동체에 대한 문화적 관심과 책임의식을 강화하고 나아가 이를 통해 도시민들의 역량을 결집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의 온도

-저  자  이기주    -출판사 말글터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다. 그리고 예민하다. 우리말이 대표적이다. 한글은 점 하나, 조사 하나로 문장의 결이 달라진다. 친구를 앞에 두고 “넌 얼굴도 예뻐” 하려다 실수로 “넌 얼굴만 예뻐”라고 말하는 순간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된다.

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르다. 적당히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준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는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이다. 말하는 사람은 시원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火傷)을 입을 수 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 상대의 마음을 돌려세우기는커녕 꽁꽁 얼어붙게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을 집어 든 우리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게 아닐까.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글 온도가 너무 차갑기 때문인지도 모를 노릇이다.

작가 이기주는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즐겨 하는 사람이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고 고백한다. 귀를 쫑긋 세운 채 평범한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꽤 의미 있는 문장이 귀로 스며들면 그것을 슬그머니 메모한다. 그들이 무심코 교환하는 말과 끄적이는 문장에 절절한 사연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언어의 온도’는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농밀하게 담아낸 책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다 보면 각자 언어의 온도를 되짚어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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