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9)
난호어명고(蘭湖魚名考)(9)
  • 수협중앙회
  • 승인 2016.11.24 14:52
  • 호수 36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리지어 대열이룬 병졸같다고‘병어’

수협중앙회는 수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수산관련 지식과 정보를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 왔다. 이에 2011년부터 ‘수산지식나눔시리즈’를 발간해 오고 있다. 최근 수산경제연구원이 난호어명고의 어명고 부분를 완역해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산어보, 우해이어보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어보집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난해한 문장을 현대어로 알기 쉽게 변역하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완역본에는 원문에 대한 설명과 어류의 생태학적, 논리적 오류를 규명하기 위해서 평설이란 제목으로 해설을 달았다. 또 평설에서는 표제어가 된 어류가 현재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지 등을 설명했다. 어명이 밝혀지지 않았던 어종도 기존자료와 중국, 일본 자료와 대조해 가능한 우리 어명을 확인하려 했다. 본지는 완역된 난호어명고를 연재해 우리 수산물의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창(鯧)-병어

서해와 남해에서 난다. 오늘날 세간에서 말하는 병어(兵魚)이다. 살펴보건대 ‘본초습유’에서 “창(鯧)은 남해에서 나는데 모양이 붕어와 비슷하다. 몸은 완전히 둥글고 단단한 뼈가 없다”고 했다. ‘영표록’에서 이르기를 “모양이 편어(鯿魚)와 비슷한데 뇌 위에 돌기가 등마루에까지 이어져 있다. 몸은 둥글고 살은 두터우며 단지 하나의 척추뼈만 있다”고 했다.

‘화한삼재도회’에서 이르기를 “창(鯧)의 크기는 1자 남짓이며 흰색에 푸른색을 띠고 있다. 비늘이 잘아서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산지와 모양을 말한 것이 모두 세상에서 말하는 병어와 부합하니 병어가 창(鯧)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안:‘본초강목’에서 이르기를 “창어(鯧魚)가 물에서 헤엄쳐 다니면 여러 물고기들이 뒤따라 다니면서 창어의 침과 거품을 먹는데 그 모습이 창기(娼妓)와 닮았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이다”라고 했다.

지금의 병어 역시 다닐 때 반드시 무리를 짓는데 지역민들이 그 무리를 지어 대열을 이루는 것이 병졸들과 같다고 생각해 병어(兵魚)라고 부른다. 호서의 도리해(桃李海:전남 무안군과 영광군, 함평군의 경계를 이루는 해제반도 앞바다)에서 가장 많이 난다.
 
평설

어명고에서 창(鯧)이라고 하고 한글로 ‘병어’라고 병기한 물고기의 현 표준명 역시 병어이다. ‘오주연문장전사고’에서도 “창어가 무리짓는 것이 아름답다(鯧魚爲衆魚所 )”고 병어가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습성을 묘사하고 있다.

어명고에서는 중국문헌인 ‘영표록’을 인용해 ‘모양이 편어(鯿魚)와 비슷하다’고 해 어명 규명에 혼란을 겪는다. 병어의 한자이름은 창어(鯧魚) 외에도 편어(篇魚,鯿魚), 병어(甁魚)가 있다. 우리 고문에 ‘편’이란 물고기 이름은 여럿 나온다. 편화어(鯿花魚)는 방어로 돼 있고(방언류석), 편어(鯿魚)는 도미로도 기록됐다(광재물보). ‘물명고’에 “편(鯿)은 머리가 작고 목이 오그라졌으며 등이 툭 튀어나오고 배가 널찍하다. 비늘이 잘며 색깔은 푸른 빛 도는 흰색이다. 강과 호수에서 나니 병어인지는 의심스럽다”고 기록했으며 “목이 오그라든 비어아 방어는 비늘이 잘고 기름지며 본경의 주에 역시 편어라 했다. 이 같으니 동해의 병어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런 혼선이 일어난 것은 어떤 이유일까“ 편(鯿)은 옥편에 ‘방어 편’자로 나와 있다. 비(魾)와 방(魴)도 모두 방어란 뜻이다. 그런데 우리 바다에 사는 방어는 길고 둥근 형태이다. 중국 고문헌에 기록된 편(鯿)이 방어가 아님은 물론 바닷물고기도 아닌 것이다. 문제는 편어 혹은 축항편이 중국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는 물고기인데서 출발한다. 중국에 있는 편어는 잉어과 물고기로 여러종류가 있고 양식하고 있는 고기들이다. 중국의 민물 편어 종류는 옛 어보에서 묘사한 것처럼 입이 작고 등이 툭 튀어나온 물고기이다. 그 편어란 이름을 빌려서 우리나라 물고기의 이름으로 붙인 결과 혼선이 일어난 것이다.


병어는 우리나라 서해, 남해의 연근해에 분포하는 농어목 병어과의 물고기로 무리를 이뤄 지내는 생활습성이 있다. 큰 놈은 60cm에 달하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식탁에 오르는 병어는 30cm 미만의 작은 것이다. 병어는 몸길이가 60cm라며 등 높이가 45cm일 정도로 납작해서 한마디로 병어의 모양은 마름모 꼴이다. 입이 아주 작고 온몸에 떨어지기 쉬운 잔 비늘이 있으며 배지느러미는 없다.

흔히 병어의 큰 것을 덕자 혹은 덕치라고 부른다. 덕자는 병어(Pampus argenteus)의 큰 개체를 말하기도 하지만 병어의 근연종인 덕대 (Pampus echinogaster)를 가리킨다. 덕대는 체형이 마름모 꼴로 주둥이가 짧고 둥글며 배지느러미가 없고 꼬리지느러미 후단이 깊게 파여있다. 몸 전체가 금속성 광택을 띤 은백색으로 병어와 매우 흡사하지만 병어보다 훨씬 크게 성장한다. 남해안 일대에서는 아예 병어와 덕대를 구분하지 않고 크기가 큰 개체는 덕대, 작은 개체는 병어로 부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