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과 배반의 시절, 공사분별력을 갖자
불신과 배반의 시절, 공사분별력을 갖자
  • 김병곤
  • 승인 2016.11.10 14:40
  • 호수 3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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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하 수상하다.

일개 국민의 입장에서 무엇에 가치관을 두고 살아야 할까하는 자괴감이 든다. 분별력 없는 소수권력이 국가를 분탕질하고 정의와 상식을 짓밟아 버렸다. 국정농단이 아닌 국민을 우롱해 놓고도 아직도 관련자들은 뻔뻔하다. 이들의 행태를 곱씹으며 의리와 공사분별을 생각케 한다. ‘목숨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은 우정’이란 뜻의 문경지교(刎頸之交)’란 고사에는 이런 의미가 묻어난다. 이 고사에는 우리가 지금 간절히 원하는 리더가 가장 중요하게 실천해야 할 ‘공사분별’이란 뜻이 의미심장하게 함축돼 있다. 문경지교는 조나라 때 인상여와 염파의 우정을 단순하게 말하는 내용이 아니다. 한때 인상여의 출세를 시기하는 염파로 인해 데면데면하며 불화했으나 끝까지 나라를 위해 참아온 인상여의 공사구별에 감격한 염파가 사과하고 다시 친한 사이가 됐다는 내용이다. 위정자가 사사로운 인연에 매여 공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면 나랏일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는 진리를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 병폐는 예외 없이 공과 사에 대한 무분별, 즉 사사로운 욕심에 기인한다. 사욕이 나라와 조직을 병들게 한다는 것은 많은 역사적 사실이 증명하고 있다. 비단 국가의 문제만은 아니다. 성공한 리더는 공사구분에 엄격했고 그것을 기초로 나라가 발전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 수협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부는 항상 협동조합을 정부의 일개 하부 단체로 인식해 왔다. 그래서 정부는 협동조합에 대해 통합과 분리를 주도하고 조직개편에 늘 간섭해 왔다. 그리고 틈만 나면 정부조직의 퇴직자를 내려 보냈다. 일명 낙하산 인사였다. 물론 낙하산 인사가 모두 부적격자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수협에서 낙하산 인사들의 활약은 미비한 수준이었다는 평이다. 정부가 주로 수협에 내려 보낸 인사들은 감사역할이었다. 최근 몇 년만 놓고 봐도 가당치 않은 일들이 눈에 띈다. 감사위원장 낙점자가 노조의 반대가 심하자 수산경제연구원장을 거쳐 잠잠한 틈을 비집고 오기도 했다. 또 중앙회와 조합감사위원장이 같은 시기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서로 의견충돌을 빚기도 했다. 특히 어느 조합감사위원장은 담당부장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있다. 이런 가운데 두명의 위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는 감사로 왔던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동안 수협을 거쳐 간 정부 인사들이 수협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냉철히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최근 수협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정부는 협동조직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중 하나가 감사위원회와 조합 감사위원회를 통합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퇴직을 앞둔 해수부 공직자의 퇴직 후 자리보전을 위한 감사위원회 통합이라는 항간의 소문이 떠돌기도 했다. 지금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퇴직 공무원들의 낙하산 집합소가 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오는 12월1일이면 수협은행이 새롭게 출범을 앞두고 있다. 독립법인으로 탄생하면서 조직문화 혁신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에 홀로서기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뒤에서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수협은행 설립에 인사문제를 거론하며 정부가 트집을 잡는다는 소리도 들린다. 공무원들이 만능은 아니다. 성과를 내지 못할 낙하산 인사를 보내면서 직원에게 성과를 강요할 수는 없지 않는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제발 정부는 분별력을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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