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 제주도 비양도
[우리 바다 여행] 제주도 비양도
  • 배석환
  • 승인 2016.10.27 11:30
  • 호수 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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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을 나가는 해녀
제주의 바람이 쉬어가는
         비밀스런 섬, ‘비양도’

누군 파도를 만들어 내는 게 바다의 일이라고 했다. 고맙게도 여행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바다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간의 시름과 걱정을 떨쳐낼 수 있다. 바다는 여유와 한적함을 선물한다. 거기다 푸른 바다에서 잡아 올린 각종 해산물은 우리의 미각을 자극한다.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우리바다 여행지를 소개한다.

햇살이 따갑게 내리 쬐고 있는데도 옷깃을 여민다. 차가운 제주 바람이 온몸을 휘감아 두 눈에 눈물을 맺히게 한다. 잔잔하길 원했던 에메랄드 빛 제주 바다는 하얀 거품들이 연이어 만들어 졌다 사라진다. 파고의 높이가 심상치 않다. 비양도로 가는 배가 운행을 할는지….

여객매표소의 문이 열린 것으로 보아 정상 운행이다. 가까이 있는 섬이기에 어지간한 바람에는 갈 수 있다한다. 장정 10여 명이 타면 꽉 차버릴 것 같은 작은 여객선에 몸을 싣고 10여 분을 달려 비양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너무도 고요한 섬. 가장먼저 눈에 들어 온 풍경은 비양도 중간에 봉긋하게 솟아있는 비양봉이다. 섬 전체가 흡사 작은 제주라 할 수 있을 만큼 비양봉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펼쳐져 있다. 비양도는 천년이상의 오래된 화산섬이자 오름이다. 마치 아무도 모르는 곳에 억겁의 시간을 담고 있는 비밀스런 장소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 어구를 정리하고 있는 비양도 주민
▲ 물질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해녀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담벼락에 해녀들이 물질  할 때 입는 잠수복이 널려 있다. 햇살에 한 번 말려지고 바람에 또 말려진다. 담벼락 뒤로 음식을 준비하는 주민들의 모습 어디에도 분주함이란 찾아 볼 수 없다. 느릿하게 섬에 동화되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섬을 떠나는 마지막 여객선에 비양도를 찾은 관광객들과 제주 시내로 마실을 나가는 섬 주민들로 가득하다. 반대로 섬은 더욱 조용해 졌다. 가로등이 켜지고 어둠이 찾아오자 파도소리만이 섬을 메운다.

▲ 비양봉 정상에 설치된 등대
아침 일찍 섬을 빠져나가는 어선들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한가롭기만 하다. 아직 해무가 걷히지 않아 한라산은 보이지 않는다. 가장 먼저 일어난 강아지가 길을 안내한다. 섬 전체가 혼자만을 위한 정원 같이 느껴진다.

산책로는 2가지 코스가 있다. 해안가 둘레로 잘 다듬어진 아스팔트로 평탄하게 걷거나 몇 가구 안되는 마을 골목길을 지나 비양봉으로 곧장 올라가는 다소 가파른 코스다. 전자의 길은 트레킹이라기 보다는 산책로에 가깝다. 천천히 걸으며 비양도 주변의 에메랄드 빛 바다를 즐길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저 멀리 비양도를 내려다 보고 있는 한라산이 보인다. 제주의 청량한 바람을 느끼고 싶다면 후자를 택해 가슴 깊이 바람을 담아 갈 수 있다.

▲ 꽃멸치를 옮겨 담고 있는 비양도 어촌계원들
섬의 일과는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숨비소리로 시작된다. 경력이나 물질의 능력에 따라 구간이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주로 소라와 성게 그리고 미역을 많이 채취한다. 해녀들이 채취한 수산물들은 어촌계장이 무게를 확인 후 한림수협 위판장으로 옮겨진다. 매일 갈 수는 없기에 일정한 시간을 정해 어느 정도 양이 채워지면 위판장으로 향한다. 간혹 섬을 들르는 여객선이 이러한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해녀들의 물질이 끝나는 시간이면 어선들이 바다로 향한다. 10톤 이상의 큰 배가 거의 없어 근처 연안에서 조업을 하는 것이 전부다. 그래서 섬은 언제나 조용하다.

이러한 섬이 분주한 활기로 채워지는 시기가 있다. 일 년 중 여름에 딱 한 달간만 조업이 가능한 ‘꽃멸치’ 어획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선착장에 꽃멸치 터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제주에서 ‘멸’ 또는 ‘꽃멸치’라 부르는 멸치는 실제 ‘샛줄멸’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멸치는 청어목 멸치과에 속한다. 하지만 샛줄멸은 청어목 청어과에 해당이 된다. 비슷하긴 하지만 다른 어종인 것이다. 일반인들은 오래전부터 꽃멸치가 잡혔던 어종이라 생각하겠지만 지난 2012년부터 비양도 어장 근처 어촌계에 한해 조업이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다. 30여년이 넘게 막혔던 금단의 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 비양도 선착장으로 들어오는 여객선
이와 함께 3월 중순에 톳을 채취하는 기간이 되면 마을 전체가 함께 움직인다. 정해진 기간만 짧게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해녀들을 비롯해 어촌계원들이 한데 힘을 모은다.

붉은 햇살이 섬을 물들이기 시작하자 어디선가 익숙한 종소리가 들려온다. 수업이 끝날 때 들려오는 소리다. 조그마한 섬인데도 학교가 있다. 가방을 메고 집으로 달려가는 아이들과 그 뒤를 따라 달리는 강아지들의 모습이 섬과 닮았다. 아마 이 아이들이 호젓한 비양도의 나중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이다. 과연 그때는 어떤 모습일까… 
 
▲ 비양도 주변으로 만들어진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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