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어촌, 새로운 일자리원
바다와 어촌, 새로운 일자리원
  • 이명수
  • 승인 2016.07.07 05:55
  • 호수 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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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 새벽 4시 전후, 퇴근 시간 오후 2시 전후. 하루 근무시간은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8시간. 이것이 어업인의 하루 일과라면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사례다. 1995년 경남 남해군의 한 어촌마을에 귀어인으로 정착한 이 모씨의 이야기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인 이 씨는 어업을 즐기면서 나머지 인생을 보내고 있단다.

연안어선어업으로 제2의 삶의 살고 있는 이 씨는 자동화된 기기로 노동강도를 최소화하면서 연간 최소 6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어촌을 즐기고 있는 귀어인은 비단 이 씨 뿐만아니다.

2010년 전북 부안군으로 귀어한 배 모씨는 금은 세공 마이스터란 직업을 털고 역시 어선업으로 연간 6500만원의 순소득을 올리고 있다.

2010년 전남 신안군으로 귀어한 구 모씨는 공항 보안요원에서 친환경새우양식으로 연간 6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것은 물론 일본, 중국, 홍콩으로 수출까지 하면서 국가경제에 까지 기여하고 있다.   
 
사법고시 준비생도 귀어로 새삶을 살고 있다. 2012년 전남 진도군으로 귀어한 김 모씨는 36세의 나이에 갯지렁이양식으로 7500만원 순소득을 올리면서 청년 창업의 대표적 모델로 귀감이 되고 있다. 인테리어 사업에 종사했던 김 모씨는 경북 포항으로 귀어해 지역민 40명과 함께 검은돌장어 영어조합법인을 설립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의 소득 창출과 지역, 국가경제에 한 몫하는 성공적 귀어 사례는 전국에 널려 있다.

귀어귀촌의 가능성은 지표로도 보여주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통계청이 처음으로 집계한 귀어귀촌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귀어가구수는 991가구, 귀어인은 1073명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8.1%, 9.7% 늘어났다. 귀어귀촌에 대한 동경(憧憬)이 현실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바다, 어촌이 더 이상 험지(險地)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가 비관(悲觀)의 아이콘으로 치부했던 바다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돼 다행스럽고 희망의 불씨가 엿보인다.

육지에서 일자리가 없어 아등바등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드넓은 바다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대가 돼야 한다.

일에 천하고 귀한 것이 없고 사례가 말해주 듯 바다가 절망이 아닌 희망의 공간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한다.       

이 중심에는 정부가 있어야 한다. 밤낮없이 외쳐대고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육지에서만 찾지말고 바다로 눈을 돌리는 국가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어업인 소득이 3년연속 증가하고 도시근로자와의 소득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홍보에만 그칠 것이 아니다. 바다와 어촌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라는 문화를 범국가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또 은퇴자들과 다양한 삶을 추구하는 국민들을 위해 체계적인 귀어귀촌 정책의 추진도 요구된다.

단지 생계에만 초점을 맞춘 귀어귀촌은 성공할 수 없다. 삶의 질과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가 융합된 귀어귀촌이어야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 만이 아닌 문화, 교육, 보건 등 부처간 협업을 통한 종합적 귀어귀촌 정책이 입안, 실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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