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여행] 안면도
[우리 바다 여행] 안면도
  • 배석환
  • 승인 2016.06.09 17:06
  • 호수 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늘은 푸르고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 날씨지만 안면도를 휘감은 바람이 거칠다. 그래서 바다를 누벼야 하는 배들도 갈 길을 잃어 버렸다. 납작한 모양의 통발이 수북이 쌓여 있는 선착장은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고독함마저 든다.

그만큼 알려진 그러나 새로운 섬, 안면도

그 바람을 피해 한참을 걸으니 서해바다에서는 보기 힘든 고운 모래의 해변이 눈앞에 들어온다. ‘바람아래해변’이다. 겨울에 입었던 옷을 던지고 푸르름으로 갈아입으려는 억새들이 바람의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여름 피서철이 아닌지라 몇몇의 여행객들만 찾은 해변이 온통 자신만의 것처럼 느껴진다.

안면도는 서쪽으로 길게 이어진 해안에 대부분의 해수욕장이 위치해있다. 동쪽 해안은 갯벌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서쪽 해변에 유명한 해수욕장이 들어서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꽃지해수욕장’이다.

바람아래해변과 꽃지해변을 비교한다면 알려지지 않은 무인도와 사람 많은 제주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바람아래해변은 안면도에서도 가장 청정한 환경을 자랑하는 숨은 명소라 할 수 있다. 실제로도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하는 보호구역이 존재한다. 연안사취와 모래해빈 및 해안 사구가 발달해 있는데 그 중 해변과 연결된 할미섬은 소나무군락지로 해안사구로 이루어져 있다. 그 특성이 보전 가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함부로 출입을 할 수 없다.

천천히 풍광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해가 기울어 간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안면도의 서쪽 해변은 해가 지면 노을이 으뜸이다. 그 장소가 어디든지 날씨만 좋다면 멋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노을이라도 숨은 포인트가 존재한다. 이러한 곳은 대부분 사진작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운여해변’은 색다른 해넘이를 감상 할 수 있다. 두 가지 포인트가 해변을 따라 펼쳐지는데 우선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수십여 미터 길게 늘어선 키높이가 같은 소나무 뒤로 떨어지는 노을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기는 일 년 중 얼마 되지 않는다. 아쉽게도 떨어지는 해는 소나무를 한참 빗겨 떨어질 것 같다. 그래서 두 번째 포인트로 발걸음을 돌린다. 해안모래 유실을 막기 위해 설치한 나무보들이 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지만 낡은 모습이 색다른 풍경의 주인공이 된다. 자연이 선물한 그림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우연한 만남이 주는 기쁨은 기대감이 없었기 때문에 배가 된다. ‘안면암’이 그러하다. 안면도에 일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명의 아름다움도 볼 수 있다. 그 중 안면암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것은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안면암은 해변에 위치한 절이다. 1998년에 지어졌기 때문에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법당에서 바라보는 천수만의 모습은 물이 들때와 빠졌을때 모두 이색적이다. 종교를 떠나 이런 곳은 몸과 마음의 위로를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100여 미터 떨어진 큰바위섬까지 이어져 있는 부교 위를 걸어서 부상탑까지 가다보면 그 동안의 죄가 씻어지는 엄숙함도 경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푸른 청보리가 언덕을 가득 메우고 있는 ‘두산목장’도 안면도의 네잎 클로버다. 언덕 아래에는 소금꽃이 피기 시작한 염전에서 뜨거운 햇살과 씨름을 하고 있는 염부들의 소금 담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무하나 보기 힘든 언덕은 부드러운 푸른색의 파우더를 뿌려 놓은 것 같다. 아쉽게도 출입금지라 멀리서만 만족해야 한다.

해는 갯벌 뒤로 숨었는데 아직 빛이 남아있다. 원색의 불빛들이 ‘대하랑꽃게랑다리’ 기둥을 비춘다.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든다. 그 아래는 바지락을 캐고 있는 여행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마치 바다위를 날고 있는 바딧불이 같다. 그렇게 안면도의 밤이 깊어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