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문화마당 책소개] 파이 이야기 바다에서 펼쳐지는 한 인간의 대 서사시
[수협문화마당 책소개] 파이 이야기 바다에서 펼쳐지는 한 인간의 대 서사시
  • 수협중앙회
  • 승인 2016.03.03 14:42
  • 호수 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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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얀 마텔   
-역자 공경희  
-출판사 작가정신

2002년 부커상 수상작.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후 수년이 지나도록 베스트셀러 상위에 머물렀으며 전세계 40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기존의 부커상 수상작들이 평단의 높은 평가에 비해 독자들에게 외면받았던 것과는 달리, 수많은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모은 화제작이다. 이안 감독이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했다.

‘시녀 이야기’, ‘눈먼 암살자’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백경’을 잇는” 작품이라 평했으며, ‘독서의 역사’를 쓴 알베르토 망구엘은 “소설이라는 예술이 죽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얀 마텔의 소설을 읽어보라”고 극찬했다.

열여섯 살 인도 소년 파이는 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 다정한 어머니, 운동밖에 모르는 형과 함께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낸다. 1970년대 후반, 인도의 상황이 불안해지자 아버지는 캐나다로의 이민을 결정하고 미국의 대형 동물원에 동물들을 팔아버린다.

우리는 동물원, 자물쇠, 가축, 통까지 모두 팔았다. 형과 나도 팔려가는 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준비과정이 일 년은 족히 걸렸다. 서류가 엄청났다. 아버지는 머리가 거의 다 빠졌고 여러 번 포기할 뻔도 했다.

“백내장 수술을 하면 팔릴까! 하마도! 코뿔소에게 코 성형수술이라도 해야 하나?”

그러나 동물들을 태우고 태평양을 건너가던 배는 난파되고, 혼란 끝에 정신을 차린 파이는 하이에나와 오랑우탄, 한쪽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벵갈 호랑이와 함께 구명보트를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죽인 하이에나를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잡아먹자, 파이는 호랑이와 자신이 모두 살아남기 위해선 호랑이를 길들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것은 그의 문제나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와 나의 문제였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또 비유적으로도 같은 배에 타고 있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터였다. 그가 죽으면 절망을 껴안은 채 나 혼자 남겨질 테니까. 절망은 호랑이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니까. 내가 살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리처드 파커 덕분이었다. 그는 나를 계속 살아있게 해주었다.”

어린 10대 소년이 사나운 호랑이와 함께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한 이야기.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다가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 잃고, 언제 자기를 해칠지 모르는 호랑이와 공존 아닌 공존을 하면서도, 끝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한 소년의 이야기가 울림을 전한다.

리사 자딘 부커상 심사위원장은 “믿음이라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탐구한 작품으로, 독자로 하여금 신(神)을 믿게 한다”고 평했다.

책 속으로

“간디께서는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에요.” 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내 당황스러움은 전염이 된 것 같았다. 모두 말이 없었다. - p.94

왜 사람들은 이동할까? 무엇 때문에 뿌리를 내리고, 모르는 게 없던 곳을 떠나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계로 향할까? 어디서나 대답은 하나겠지.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소망하며 이주한다. - p.105

선원들이 나를 구명보트에 던진 것은 하이에나 때문이었다. 내 목숨을 구해주려던 게 아니었다. 하이에나가 내게 달려들 테고, 어떻게든 내가 놈을 물리쳐서 그들이 안전하게 배에 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것이었다. 내 목숨이야 어떻게 되든 간에. - p.144

그날 오후 쯤 처음으로 내 믿을 만한 친구가 될 동물을 보았다. 나는 바다거북에게 말했다. “다른 배에 가서 내가 여기 있다고 전해. 얼른 가.” 바다거북은 몸을 돌리더니 물속으로 사라졌다. - p.158

나는 머뭇거렸다. 몇 분이 길게 느껴졌다. 그대로 뗏목에 남아 있었다. 달리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호랑이 위에 걸터앉아 있을 건지, 상어 떼 위에 있을 건지. 선택의 폭은 그 정도뿐이었다. - p.196

그 길고 춥고 어두운 시간 내내, 보이지 않는 빗소리에 귀가 떨어질 듯했고, 바다는 쉭쉭 소리를 내면서 밀려와 내 몸을 휘감았다. 그 와중에 나는 한 가지 생각에만 매달렸다. 리처드 파커. 그를 없애고 구명보트를 내가 독차지할 계획을 몇 가지 세웠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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