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걷기 좋은 길] ‘황금 자라의 섬’ 여수 금오도
[우리 바다 걷기 좋은 길] ‘황금 자라의 섬’ 여수 금오도
  • 배석환
  • 승인 2015.12.10 14:30
  • 호수 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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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을 머금은 남도의 진주 ‘금오도’



누구에게나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자신만의 추억이 가슴속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리고 가끔씩 예기치 않게 그 추억이 떠올려 지면, 그 순간이 눈앞에 펼쳐져 질 것 같은 추억의 장소가 그리워진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는 세월과 함께 우리가 알고 있었던 공간들은 예전 모습을 잃어 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풋풋한 청춘의 순수함을 간직한 천연 그대로의 장소를 갈망하곤 한다. 때론 아련하게, 때론 살포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어주는 금오도가 그러하다.

라남도 여수시 남면에 자리 잡은 금오도(金鼇島)는 우리나라에서 스물한 번째로 큰 섬이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황금 자라의 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숲이 우거져 섬이 검게 보인다하여 ‘거무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소나무가 많았던 탓에 조선시대 황장봉산으로 지정돼 일반 백성들의 벌채가 금지되었기 때문에 사람이 정착하기 시작한 시기가 1885년으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섬 주위 해안 절벽을 따라 조성된 비렁길은 사시사철 빼어난 비경으로 정평이 나있다. ‘비렁’은 절벽의 순우리말인 ‘벼랑’의 여수 사투리다. 본래 주민들이 땔감과 낚시를 위해 다니던 해안길로 길이는 총 18.5km정도이며 5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종주를 목적으로 쉬지 않고 트레킹을 즐긴다면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걷는데 큰 무리는 없다.

섬이기 때문에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75세의 나이로 아직까지 물질을 하고 있는 이복자 해녀외에도 금오도에는 4명의 해녀가 다도해의 청량한 바다에서 자란 전복, 해삼, 소라 등을 채취하고 있다. 비렁길 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두포, 함구미, 직포 등 마을 선착장에 물때를 맞춰 도착하면 자연산 전복을 맛 볼 수 있다.

또한 밭에서는 방풍이라는 미나라과 나물이 지천이다. 호흡기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약초로도 쓰이는데 금오도 두포 마을에는 방풍 칼국수가 더 유명하다. 쫄깃한 녹색의 칼국수 면발과 해산물이 가득한 방풍 칼국수 한 그릇이면 허기를 달램은 물론 트레킹으로 인한 피로를 날릴 수 있다. 


비렁길은 동백꽃을 비롯해 봄의 정취에 취할 수 있는 꽃길과 함께 바다로 이어져 있는 듯 한 해안길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좀처럼 빠른 걸음으로 지나 칠 수 없다. 고운 옥색 빛의 바다는 햇살에 머금고 잠시 잊고 있던 순수함을 꺼내들게 만들고 돌담에 둘러싸인 예스런 집을 지나치노라면 누군가 등 뒤에서 내 이름을 불러 줄 것만 같은 설레임이 느껴진다.

이러한 비렁길은 영화배우 전도연이 주연을 맡았던 ‘인어공주’는 물론 다수의 영화를 촬영할 만큼 섬마을 특유의 이국적인 풍경을 잘 간직하고 있다. 각 코스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하기 때문에 모두 둘러보는 것이 좋지만 하루 코스로 추천한다면 함구미 마을부터 두포 마을까지 짜여진 1코스가 제격이다.

함구미 마을에서 해안절경을 따라 걷다보면 가장 먼저 만나는 절경인 미역널방은 주민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을 지게로 지고 올라와 널어 말리던 곳으로 해발 90미터의 수직 암벽에 자리잡고 있다. 미역널방을 지나 30여분 쯤 걷다보면 볏집 더미를 돌로 둘러놓은 초분을 구경할 수 있다. 전라도 지방에 주로 분포하고 있는 초분은 뼈만을 매장하는 고대 장례문화를 따른 것으로 시신을 매장 하기전 1~2년 동안 시신을 보관하는 임시묘같은 것이다. 신선대는 말그대로 신선이 노닐 만큼 그 풍경이 좋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미역널방과 더불어 비렁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여행팁

-섬내 이동
도보로 이동하기에 금오도는 너무 큰 섬이다. 따라서 개인 차량을 가져갈 수 있으면 좋다. 물론 섬내를 운행하는 20인승 미니버스가 여객선 시간에 맞춰 운행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여천 선착장으로 도착하는 여객선 시간에 맞춰 운행하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버스를 이용하기는 힘들다. 택시 또한 여행객 숫자에 비해 너무 적어 이용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다시 여수로 돌아갈 경우 여객선 시간보다 1~2시간 정도 일찍 택시를 예약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렁길 코스
1코스 - 5.0km(2시간 소요) 함구미~미역널방~송광사 절터~신선대~두포
2코스 - 3.5km(1시간 소요) 두포~굴등전망대~촛대바위~직포
3코스 - 3.5km(1시간 30분 소요) 직포~갈바람통전망대~매봉전망대~학동
4코스 - 3.2km(1시간 소요) 학동~사다리통전망대~온금동~심포
5코스 - 3.3km(1시간 소요) 심포~막개~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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