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법 개정과 계포일낙(季布一諾)
수협법 개정과 계포일낙(季布一諾)
  • 김병곤
  • 승인 2015.11.26 18:01
  • 호수 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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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요즘사회를 불신의 시대라 부른다. 오늘 한 약속을 내일로 미루고, 공개하지 않기로 한 내용을 서로 공개하며 비난하는 현상들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민은 정부를, 여당은 야당을, 야당은 여당을 믿지 못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말로는 민주사회라 하지만 서로를 믿지도 존중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불신의 사회적 현상은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보다 성숙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행위이기도 하다. 약속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고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유지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약속은 자기 자신에 대한 다짐일 수도 있고 공약으로 자리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선출직들이 출마 때 내건 공약도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이다.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스스로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 사회에서 이런 약속들이 무시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고 있다.‘계포일낙(季布一諾)’이란 고사가 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뜻이다.“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승낙”이라는 말로도 통한다.

중국 초나라의 명장 계포(季布)이야기다. 그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의 상징으로 오늘날 불려지고 있다. 의협심이 강한 계포는 한 번 한 약속은 사소한 것일지라도 반드시지켰다고 한다. 계포는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가 천하를 걸고 싸울 때 항우 휘하의 장수로서 수차례 유방을 괴롭혔다. 항우가 패망하고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게 되자 계포는 쫓기는 몸이 돼 그의 목에 황금 100근의 현상금이 걸렸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고발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를 유방에게 천거까지 했다. 덕분에 벼슬을 얻었다는 계포의 일화에 대한 고사다. ‘황금 백 근을 얻는 것보다 계포의 일낙을 얻는 것이 낫다’는 말이 여기에서 생겼다.

최근 수협법 개정을 보고 있노라면 약속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수협은행은 대외적 금융환경의 변화로 지난 2013년 12월부터 국내 모든 은행이 도입한 새로운 국제 자본규제인 바젤Ⅲ를 적용받아야 했다. 하지만 특히 수협은행은 어업인과 수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협동조합 금융기관이지만 조합원 출자와 정부의 자금 출연 등으로 인한 자본구조의 특수성 때문에 오는 2016년 11월말까지 유예를 받고 있다.

이의 대비책으로 수협은 지난 2013년 1월, 민관 합동으로 수협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해 사업구조개편을 포함한 수협선진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었다.

수협은행을 자회사로 분리하고 자본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수협은행은 수익성과 경쟁력이 높아져 어업인 교육지원과 경제사업 활성화 등 어업인 지원기능이 강화될 것이다는 판단이였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는 수협법 개정 법률안을 마련해 지난 9월 7일 국회에 제출했다. 특히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 의원입법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법안이 상정되지도 않고 있다. 19대 국회 만료 전까지 법안이 처리 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이럴 경우 사업구조개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수협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우리 수산업과 어촌경제도 큰 타격으로 이어 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수협은 국회를 비롯 정부 등에 수없이 건의했다. 위정자들도 분명한 약속을 했다. 국회의 여러 상황에서 법안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약속은 분명하게 지켜져야 한다. 급기야 수협조합장들이 호소문을 채택했다. 국회는 수협과 어업인들을 위한 시급성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약속의 소중함을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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