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들의 협동교육이 필요한 이유
조합장들의 협동교육이 필요한 이유
  • 김병곤
  • 승인 2015.10.29 13:21
  • 호수 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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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효빈(東施效嚬)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중국의 4대 미인 서시(西施)를 추정하는 추녀 동시(東施)의 이야기다. 어느 마을 서쪽에 시(施)씨 성을 가진 미모의 여인은 서시고, 같은 마을 동쪽에 사는 못생긴 서씨 여인을 동시다 불렀다. 이 두 여인은 늘 대조적일 수밖에 없었다.

희대의 미인인 서시는 당연히 동시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동시는 서시가 어떤 옷을 입고 있으면 자기도 사서 입고, 어떤 머리 모양을 하면은 그 헤어스타일을 했다. 동시는 오로지 서시처럼 되기 위해서 늘 서시의 모든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했다 한다.  그러던 중 선천적으로 가슴통증이 있었던 서시가 길을 걷다 가슴을 움켜잡고 이맛살을 찌푸리고 다녔다. 이를 본 동시도 가슴을 쥐어뜯고 미간을 찌푸리며 동네를 돌아다녔다. 서시가 남들에게 미인으로 인정받는 행동이라 믿었던 것이다.

못생긴 동시가 얼굴까지 찡그리며 다니자, 동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흔들며 그녀가 가까이 오는 것을 꺼렸다 한다. 동시가 서시의 얼굴 찡그리는 것을 본받다가 더욱 더 추녀가 됐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따라 하는 맹목적인 행동을 말 할 때 쓰는 말이다.

이 우화를 쓴 장자는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나간 시대의 가치관을 본받으며 전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을 비판으로 비유한 내용이다.

얼마 전 전국 수협 조합장 최고 경영자 교육이 예산 설명회와 함께 열렸다. 80%가 넘는 조합장들이 열정적으로 교육에 참여했고 이틀 동안 진지하게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일부 조합장들의 모습은 동시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질문을 통해 중앙회를 다그치기도 했고 적어온 내용을 읽기도 했다. 설명을 하는 도중에 말을 막도 했고 중앙회와 조합의 사업을 구분하지 못하는 질문을 하는 조합장도 있었다. 더욱이 핀트와 빗나간 내용으로 조크를 던져 참석자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비단 이러한 일부 조합장들의 모습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조합장 동시 선거가 끝나고 워크숍을 비롯해 총회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궁금한 것은 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스스로가 궁금증을 풀기 위해 미리 부서에 물어보는 등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모적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정치집단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자 하는 적폐를 보는듯한 씁쓸함을 이날 참석한 많은 조합장들도 공감하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조합장들의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사실 초선 조합장들에게 당선자 신분의 교육이 없다. 따라서 새로 당선된 조합장들에게 협동조합의 이념과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를 통해 미래지향적이고 창조적인 경영자를 양성하고 조합원의 실익을 높이는 조합 사업에 대한 이해를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조합장으로서의 역할과 책임 의식을 높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 운동은 함께 풀어가는 가는 것이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자기 주관 없이 다른 사람의 모습만 따라하다가 결국 자신의 모든 장점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맞는 고민과 생각 없이 행동한다면 오히려 부작용을 빚을 수 있다.  그 조직만의 문화는 그 조직원들 스스로가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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