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법 개정, 경합의 문제가 아니다
수협법 개정, 경합의 문제가 아니다
  • 이명수
  • 승인 2015.10.08 13:30
  • 호수 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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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산하기관 및 단체에 대한 국정감사가 지난 2일 해양수산부 종합국감을 마지막으로 끝이났다.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 탓에 평이한 가운데 매년 제기됐던 현안들이 어김없이 등장했고 이를 확인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는 평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세월호와 돌고래호 사고 등 선박 안전관리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보완대책 및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가 쟁점이 됐다.

또 FTA와 관련 수혜산업이 피해산업을 지원하는 무역이득공유제 도입 문제가 부상했으며 산하기관의 허술한 인력관리 등 방만한 경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감 최대 관심사는 수협중앙회 국정감사였다. 첫 출항한 수협중앙회 김임권호의 수감 능력과 수협은행을 분리하는 사업구조개편이 핫 이슈였다.  

국감 첫 무대에 나선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차분하고 강단(剛斷)있는 수감태도로 의원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다.

정부의 예산 지원과 수협법 개정이 수반되는 수협 사업구조개편에 국회는 적잖은 힘을 실어 줬다.

수협중앙회는 당초 수협은행 독립 법인화에 따른 부족자본 조달비용으로 정부에 6000억원의 예산을 요청했으나 정부가 500억원이 삭감된 5500억원만 반영했다.

국회는 국감에서 삭감된 500억원을 정부가 추가 반영해 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심의 과정에서 이를 추인(推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업인인 수협 조합원을 살리려는 김임권호의 진정성있는 의지에 국회가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차피 이차보전 형식으로 지원되는 만큼 약 13억원 정도의 예산만 더 투입하면 수협 사업구조개편이 보다 원활해 진다는 의미를 덧붙였다. 

국회는 또한 수협법 개정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자율성 훼손을 경계했다. 일부 의원은 농협의 실패사례를 경험적으로 언급하면서 일선 조합장의 비상임화는 책임경영이 어려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까지 내놓았다. 수협중앙회장 임기에 대해서는 ‘연임은 안되고 중임은 된다’는 현행법은 웃기는 법이라고도 비판했다.       

이처럼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정체성이 보장되지 않은 수협법 개정은 안된다는 게 국회의 시각이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은 향후 예산과 법 개정 심의 과정에서 개진된 국회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면서 화답했다. 정치적 유연성을 깔고 있지만 국회의원 출신 장관답게 국회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개정 수협법은 의원입법과 정부입법 둘로 나눠져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일각에서 수협법 개정을 둘러싸고 의원입법과 정부입법을 마치 경쟁이나 경합의 구도로 몰아가고 있지만 이건 넌센스다. 레이스를 하듯 법을 개정해 협동조합 명운(命運)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율성을 기반으로 미래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협동조합 체제를 구축해 진정 어업인을 위한 수협으로 거듭 나야한다는 데는 그 누구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것이 수협법 개정 방향의 핵심이다.   

19대 국회 국정감사가 모두 완료되면 오는 21일 해양수산부 소관 예산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 첫 상정될 예정이다. 수협의 미래를 가늠하는 단초(端初)가 될 것이다. 이어서는 개정 수협법 심의가 본격화된다. 중차대한 시점이다.    

수협 사업구조개편의 성패는 수협인의 역할에 달려있다. 수협인 모두는 개인적 일탈을 버리고 사업구조개편에 전사적인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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