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걷기 좋은 길 4선(3) 강화도령 첫사랑길
우리 바다 걷기 좋은 길 4선(3) 강화도령 첫사랑길
  • 김동우
  • 승인 2015.10.08 13:30
  • 호수 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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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강화도령 첫사랑길’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답답했던 가슴이 트인다. 살랑대는 바람은 여름의 것과는 질감부터 다르다. 우리바다는 가을 제철 수산물로 입과 눈을 즐겁게 한다. 옆에선 해풍 맞은 벼들이 노랗게 익어가고, 고샅길 사이로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우리바다의 그림 같은 길 4곳을 소개한다.

‘나들이 가듯 걷는 길’이란 뜻의 나들길 곳곳은 지붕 없는 역사박물관인 강화도를 마음으로 새기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코스다.

강화도 나들길은 보도여행자를 위한 코스로 본섬 13개 코스 14개 구간 226.4km, 석모도 2개 코스 26km, 교동도 2개 코스 33.2km, 주문도 11.3km, 볼음도 13.6km 등 19개 코스 20개 구간 등 모두 310.5km를 잇는다.

▲ 강화도령 첫사랑 길은 철종의 애틋한 사랑을 느낄수 있는 길이다.
이중 14코스 ‘강화도령 첫 사랑길’은 강화도시외버스터미널~용흥궁~청하동약수터~남장대~찬우물약수터~철종외가로 이어지는 총 11.7km의 코스로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길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조선 제25대 왕 철종(재위 1849~1863)과 관련 있는 코스다.

철종은 1844년 가족과 함께 강화에 유배된 뒤 1849년 궁중에 들어와 헌종에 이어 즉위했는데, 당시 철종은 강화도령 원범으로 용흥궁에서 5년간 살게 된다. 그때 철종은 강화도 처녀 봉이와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다.

강화도령 첫 사랑길은 철종의 흔적을 따라 청하동 약수터를 지나 강화산성 남쪽 정상부에 있는 남장대를 거쳐 솔숲 우거진 노적봉 입구까지 고즈넉한 숲길로 이어진다. 특히 남장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시야가 열리는데, 여기서 보는 전경은 남장대를 쉽게 떠날 수 없게 만들만큼 아름답다. 또 바다 너머 북녘의 개성시가 손에 잡힐 것만 같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색 깃발 휘날리며 자신을 모시러 온 영의정을 보고 땅에 엎드려 “사또님 살려 주세요”라고 울먹인 철종이 강화도 처녀 봉이와 뛰어놀던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반면 짧은 학문과 얕은 경륜에 대한 자격지심, 세도 정치가들 때문에 왕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비운의 왕 철종의 고독함도 함께 느껴진다.

철종은 짧은 재위기간 내내 강화도의 산천과 정인 봉이 생각으로 가슴앓이를 하다 33세란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걷는 내내 궁궐에 머문들 마음이 지옥인데, 농사짓고 나무나 하면서 무지렁이 총각 원범으로 살았다면 그렇게 단명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구슬픈 사랑과 영화 같은 운명을 살다간 철종. 그를 그리는 길은 산을 내려와 찬우물약수터로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강화도 할머니들이 집에서 키운 소소한 농작물을 내와 파는 정겨운 모습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다. 잠시 작은 장터를 구경하는 것도 강화도령 첫 사랑길의 매력이다. 길은 굽이굽이 다시 야트막한 산을 지나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 한복판으로 연결되고,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준다. 멀리서 동네 멍멍이들이 물끄러미 여행자의 외로운 길을 눈배웅한다.

다시 고샅길에 올라 넉넉한 시골의 가을 속으로 조금 더 깊숙이 발을 내딛는다. 이리 휘고, 저리 휘던 길은 논밭을 지나 나들길 14코스의 마지막 코스 철종 외가 앞에서 끝을 낸다.

낙엽이 내려앉은 단아한 한옥은 눈을 감을 때까지 강화도를 그리워했을 철종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 철종외가 전경
▲ 찬우물약수터에서 만난 시골의 정겨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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