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다시 수산의 가치 인정받자
수출로 다시 수산의 가치 인정받자
  • 김병곤
  • 승인 2015.08.27 14:01
  • 호수 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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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면서 '수출'은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화두였다. ‘수출만이 살길이다’, ‘수출 보국’, ‘수출은 국력의 총화’ 라는 당시의 표어가 이를 대변해 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 수산업은 항상 수출 선봉에 섰다. 경제 기적 한 가운데 수산업이 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방이전의 수산업 또한 일제에 의해 값어치 있는 품목으로 분류돼 착취와 수탈의 대상이었다. 수산업은 언제나 그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70년대 그 시절 수출은 어쩜 신앙이자 신화였다. 수출만이 살 길인 양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오는 과정에서 수산업은 외화획득의 첨병이었다. 갯지렁이가 수출되고 김과 미역은 일본에서 쿼터를 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업화 정책 속에서 수산물 수출은 명맥만 유지 할 뿐이었다. 수산물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은 공업화의 원인도 있지만 일차적으로는 수산정책의 문제였다. 90년대 초 일본이 중국에 해조류 가공시설을 지원하며 중국 생산시장에 눈을 돌릴 때 우리는 아무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부처만 놓고 보더라도 정부는 수산에 애정이 없었다. 농림부 산하의 수산청은 농업논리에 밀리기 일쑤였고 해양수산부가 설립되고도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해체된 바 있다. 다행히 수산산업인들의 요구로 해수부가 부활했다. 이러한 부처의 부침 속에서 어업인들은 대규모 간척 사업으로 터전을 빼앗긴 것은 물론 개발 논리 앞에서 제대로 목소리 한번 내지 못했었다.

수산업 수출은 갈 길이 멀었고, 그 사이 내수 위주의 성장구조도 위협 받았다. 수산물이 원품위주의 비린내 나는 부식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신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한 결과다.

농업은 쌀이란 한 품목으로 브랜드화를 이뤄냈지만 아직도 수산물은 브랜드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협중앙회의 경우 ‘바다愛찬’이란 통합 브랜드가 있지만 회원 조합에서는 아직도 지역을 강조하는 1차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강대국들과의 연이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또 한 번 수산업의 위기를 몰고 올 태세다. 같은 바다에서 조업을 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협정은 우리 어업인들 입장에선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침략조업을 일삼고 있는 중국 어선들이 우리 바다에서 잡은 수산물이 되돌아 올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협은 ‘위기를 기회로’ 삼고 역공에 나서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지원 속에 상해에 무역사무소를 개설한데 이어 청도에도 대표처를 만들었다. 우리 수산물로 거대 중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한 것이다. 중국 수출용 전문 브랜드도 런칭했다. ‘바다의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이란 뜻의 ‘해다진’(海多珍)이 그것이다.

일찍이 ‘바다愛찬’, ‘수협 김’ 등 기존 수협 브랜드 제품이 중국에서 판매 돼 왔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에게 한글명 상표가 효과적이지 못했다. 따라서 거대시장에서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현지 브랜드로 판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수협은 최근 열린 ‘상하이국제어업박람회’에 참가했다. 이 박람회는 중국 각 성의 대표 수입바이어와 유통·판매업체가 참여해 사업 상담이 활발한 전시회로 알려져 있다. 수협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총 총36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회원 조합들도 참여했다. 신상품의 시장성 조사는 물론 수산물 수입통관 대처방안 등도 협의한다. 오는 11월 청도어업박람회에도 참가한다. 이제 수협은 수출만이 살 길이란 명제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수출도 중요하지만 내수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수산식품 개발이 필수다. 세계시장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먼저 탄탄한 내수시장을 만드는 일이다. 다시 한 번 수산이 한국경제를 회생시키는 효자산업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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