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회상] 봄은 바닷바람을 타고 온다
[바다회상] 봄은 바닷바람을 타고 온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0.03.03 15:21
  • 호수 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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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감사실 장호근
여명. 그 여명과 함께 포구에 섰다.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의 틈 사이로 어슴푸레 빛의 기운이 비집고 들어온다.

어둠의 여운은 포구 구석구석에 남아 날이 밝음을 시샘하고. 여전히 추운 겨울 기운 머금은 바닷바람은 내민 가슴마저 움츠리게 만든다. 포구에 서기 전 다짐했던 새로운 날에 대한 희망과 기대. 이에 부풀어 넓게 편 가슴과 꽉 쥔 주먹의 다짐마저 흔들어 놓는다.

시나브로 태양의 붉은 기운이 하늘을 감싼다. 포구 주변 야산으로는 성질 급한 초목들이 어느새 몽우리를 터뜨렸다. 허나 발 디딘 포구며 바다는 여전히 검푸른 기운을 거둠에 주저하고 떠오른다.

이글거리는 새로운 날의 태양이 떠오른다. 이 순간 일렁이는 것은 바다만이 아니다. 바다가 힘겹게 토해 낸 새날의 태양도 바다와 함께 일렁인다.

하늘을 붉게 수놓았던 여명의 붉은 기운은 수평선으로 내려앉으며 푸른 기운을 하늘에 양보한다. 하늘의 열림을 지켜보던 이의 얼굴은 어느새 초봄에 물들어 발갛게 상기되었다.

시린 겨울, 날 세운 바닷바람도 바다와 하나 된 태양의 기운 앞에 차츰 무뎌져 간다. 달의 부름에 곤두서 매섭게 내리치던 파도도 태양의 토닥임에 잠이 든다. 은 이렇게 바닷바람에 실려 오나보다.

정겨운 바다내음 고이 품은 바닷바람이 야생초목을 깨운다. 트인 바다를 향해 우렁찬 뱃고동소리 울리며 어선들이 미끄러져 나아간다.

새로운 날이다. 겹게 아린 겨울 이겨내고 당당히 가슴 펴 맞이하는 새날이다. 어나 외치며 바다로, 희망으로 내달리고 싶은 그런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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