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법, 협동조합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역점 둬야
수협법, 협동조합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역점 둬야
  • 수협중앙회
  • 승인 2015.06.04 16:25
  • 호수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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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첫 구절은 ‘분구필합(分久必合), 합구필분(合久必分)’, 즉 “분열이 오래되면 반드시 통합되고 통합이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한다”라고 시작된다. 중국 역사의 분열과 통합 과정에서 흥망성쇠를 반복했던 것을 이렇게 표현한 말이다. 쪼개고 합치고 하는 것은 어쩜 역사의 필연성인지도 모른다.

수협법을 보고 있자면 이러한 필연성이 적중하고 있는 듯하다. 수협법은 1954년 1월 16일 초안이 완성됐고 수산관계자회의와 공청회를 거쳐 1961년 1월 23일 법제처에 회부됐다. 복잡한 정치적 상황으로 심의가 지연됐고 당시 입법부 기능을 가졌던 국가재건최고회의 상임위원회가 1962년 1월 19일 수협법 수정안을 의결해 다음날 20일 공포했다. 광복이후 8년 동안 표류하면서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본문 168조와 부칙 11조를 합쳐 총 179조 단행법으로 탄생됐다. 수협법 초안에는 “어민과 수산제조업자의 협동조합을 촉진하고 그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과 수산업의 생산력 증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법 제정의 이유를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수협법은 수협 탄생을 의미하는 1962년 4월1일 시행됐다. 전국 단위조합도 출범 당시 지구별조합 86개, 업종별조합 11개, 수산제조조합 2개로 총 99개였다. 이후 62년말 3개소가 추가돼 102개의 회원조합이 설립되면서 어업인을 위한 새로운 서막을 알렸다.

이렇게 시작된 수협이 탄생 이후 50여년을 걸어오면서 지난해 3월을 마지막으로 45차례 수협법을 개정했다. 수협법 개정 때 마다 회원조합의 합병과 분할이 부지기수였고 중앙회 역시 부서를 축소하거나 확대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회장을 비롯한 임원 선출에 관한 내용도 수정되기 일쑤였다. 이 모든 것이 수협의 자율적인 조치였다면 경영 상태에 따른 결과물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정부 주도하에 이뤄졌다. 자조와 자율이 강조되는 협동조직이 정부의 간섭에 좌우됐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물론 수협은 운동체이자 경영체이기에 운동보다는 경영 성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협동조합에 대해 정부는 큰 틀만 만들면 되지 세세한 부문까지 법으로 컨트롤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다. 그동안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대목이 너무 많았다.

이번에도 정부가 수협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수협중앙회의 사업구조개편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법 개정이다. 해양수산부는 수협중앙회 구조개편을 위한 ‘수산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5월 29일자로 입법예고하고 오는 6월 18일까지 의견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사업 운영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협은행 독립법인 분리, 경제사업 전담조직 신설, 감사위원회와 조합감사위원회 통합 등을 담고 있다.

물론 강화된 은행 자본규제 적용을 위해 중앙회의 신용사업부문을 분리해 주식회사 형태의 독립법인으로 수협은행을 신설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현행 지도경제사업대표이사를 전무이사 체제로 바꾸고 경제사업대표이사가 경제사업을 전담해 유통·마케팅 중심의 협동조합을 구현하고 경제사업 활성화와 책임성·전문성을 강화토록 한다. 또한 상임이사를 집행간부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굳이 손대지 않아도 되는 사안들도 있다.

특히 일정 자산규모 이상 조합의 조합장을 비상임화하는 대목은 조합 자율에 맡겨야 한다.

협동조합은 자조, 자기책임, 민주 등을 토대로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잘 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정부는 경제적 능력만을 문제 삼지 말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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