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해 명태풍어 염원 담은 강원 고성
연근해 명태풍어 염원 담은 강원 고성
  • 배병철
  • 승인 2010.03.02 20:50
  • 호수 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 12회 고성 ‘명태와 겨울바다’ 축제

축제 현장 외국산 명태 안타까워
정부·지자체 명태자원 확보 안간힘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지난달 27일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 3리 황태촌(황태축제장)에서 개최중인 ‘황태축제 및 황태요리경연대회’에 참석해 황태가공업자 등 축제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장 장관은 황태축제 참관과 황태 덕장을 돌아본 후 (사)인제용대황태연합회 회장과 황태산업연구회장 등 관계자 13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장 장관은 간담회에서 “황태산업 육성을 위해 황태의 원료가 되는 명태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2010년 러시아산 명태쿼터를 4만5000톤으로 대폭 증대했다”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와 어획쿼터 확보를 토대로 명태산업을 생산·가공·유통이 연관된 복합산업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 장관은 “이를 위해 오는 4월에 수산물 가공공장과 유통시설 설립을 위한 투자조사단을 러시아 현지에 파견할 계획이며 국내 가공시설 현대화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풍어를 기원하며 명태축제 이어가

▲ 고성명태축제는 명태자원 회복을 기원하는 어업인들의 의지가 담겨있는 뜨거운 현장이었다. 사진은 비록 임시로 마련된 외국산 명태덕장이지만 미래의 연근해 명태 자원 회복을 기대했다.
장태평 장관이 황태축제를 방문하던 날 강원도 고성군에서는 명태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명태와 함께 떠나는 겨울바다 여행을 테마로 한 제 12회 고성명태와 겨울바다 축제가 2010년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고성군 거진항 일대에서 펼쳐졌다. 이번 축제는 어선무료 시승회, 가족낚시 체험, 물회빨리 먹기, 맨손 활어잡기, 해군군악대 공연, 명태덕장 전시 등 55개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겨울철을 대표하는 생선 명태는 우리네가 가장 즐겨 먹는 생선 중의 하나로 주로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잡혔다. 명태 가운데서도 동해안 연안에서 잡히는 것을 지방태라 불렀고, 동해안 가운데서도 고성은 전국 명태 어획량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명태의 본고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명태가 자취를 감추면서 축제로 그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명태 어획량이 크게 줄자 9회 때부터 명칭을 ‘고성명태와 겨울바다 축제’로 바꾸고 동해안 최고의 겨울 해양축제로 탈바꿈해가고 있다.

명태 어획부진에 따라 축제의 필요성에 대한 물음에 축제 관계자는 “이럴때일수록 이런 축제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힘을 모아 어촌을 살리고 명태가 돌아올 수 있게 풍어를 기원하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축제가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축제 개최 의미를 설명했다.

축제가 열리는 거진항 곳곳에서 러시아, 북한, 일본산 명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으며 축제장 한켠에 걸린 살아있는 명태를 찾는다는 포스터는 안타깝기까지 했다. 고성군은 같은 기간 황태축제를 개최하는 인제군과 함께 러시아산 명태 구입자금 확보, 명태치어 생산과 방류, 판로개척 등 명태자원 확보와 복원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고 있다.

국내산 명태가 전멸하다시피한 상황에서 열린 이 축제는 한마디로 명태자원 회복을 염원하는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산 명태 즉 동해안 명태는 과거 과도한 어획과 지구온난화로 자원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소형어 과잉어획, 지구온난화 탓으로 멸종
▲ 현상금을 내건 연근해 명태찾기 포스터
연근해 명태가 자취를 감춘 데는 과거 무분별한 어획, 특히 소형어의 과잉어획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1975~1997년간 소형어 어획비율은 12∼94%(평균 55%)로 특히 어획량이 많았던 80년대 초반까지 70%이상이 소형이었다는 판단에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해양환경의 변화를 들 수 있다. 학계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인해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인 명태 어군이 북상했거나 오호츠크해로부터 동해안으로 더 이상 회유하지 않거나, 회유하는 양이 매우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평균 수온은 1968~2003년 사이 0.7℃ 증가, 특히 1985년 이후 매년 0.06℃ 상승하였는데 이는 전 세계 해수 온도 상승율(0.04℃)의 1.5배에 달한다. 또한 명태 난과 자치어가 서식 적수온대(3~5℃)를 찾아 더 깊은 수심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측된다.

과거 명태 호황기에 강원도 연안은 350척의 어선과 1500여명이 조업하는 황금어장 이었고 고성 지역의 어업인 수만 1만 여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대폭 줄어들었다.

또한 젓갈류 가공업체는 2004년 20개에서 최근 5개로 줄었고 명태를 반건조 하는 코다리 업체도 2004년 12개에서 7개로 감소하는 등 어획량 급감이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종묘생산 등 어려운 자원회복 시동
현재 명태수급량은 연간 40만톤수준. 이 가운데 국내소비는 35만톤으로 대부분 러시아산 명태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산 생산량은 1930년대 15만톤(1939년 26만9513톤이 최고기록)을 보이다가 50년대 2만4000톤으로 만단위 수준으로 떨어졌고 90년대 6000톤으로 천단위로 낮아졌다가 2000년대 1백톤으로 백단위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명태가격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kg당 평균 1662원하던 것이 2009년에는 2472원으로 올랐고 2009년말에는 3000원이상을 호가하기도 했다. 올들어서도 설날 전인 1월 kg당 평균 2993원으로 여전히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시중에서 ‘금태(金太)’로 통하고 있다.

▲ 고성군수협은 연근해 명태자원 회복을 통해 옛 명태잡이 전진기지로서의 부흥을 계획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같은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국내 수급물량 확보를 위해 러시아 등 해외산 명태쿼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자원외교 차원에서 폭넓은 수산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근해 명태 자원회복을 위해 종묘배양과 방류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역 경제와 관련 식품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묘 배양과 방류사업을 추진해 자원회복의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종묘 배양을 위해서는 살아 있는 어미로부터 난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나 이 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축제도 이같은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듯 강원 고성의 옛 명태잡이 명성을 되찾기 위한 절실함에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