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불균형의 균형이‘비정상화의 정상화’다
세제 불균형의 균형이‘비정상화의 정상화’다
  • 김병곤
  • 승인 2015.04.23 15:19
  • 호수 2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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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렴주구’(苛斂誅求).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하고 백성들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다’는 뜻으로 공자가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라고 말한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에서 유래된 말이다.

춘추전국시대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산을 넘고 있는데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슬프게 울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구슬픈 여인의 울음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들어보니 시아버지, 남편에 이어 자식까지 모두 호랑이에게 죽음을 당했다는 사연이었다.

공자의 제자는 그녀를 위로하며 “이곳을 떠나 사는 게 어떠냐”고 했고, 그 여인은 “그래도 여기가 낫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살 수가 없습니다”고 답한다. 당시 백성들의 생활이 어땠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마뜩치 않은 고사성어가 요즘 우리 국민들에게도 회자되고 있다. 담배 값 인상과 연말정산 등의 세금폭탄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볼멘소리에도 세수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물론 국가를 운영하는데 세금출연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세금징수에 차등과 불균형이 있다면 문제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의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강조한 게 얼마 전 일이다. 또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하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불편과 부담이 있는 불합리한 규제들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럼 상황이 좀 나아졌을까. 최소한 수산업과 수협을 둘러싼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어업인이 꾸준하게 건의한 손톱 밑 가시는 아직도 살을 파고들며 현장을 어렵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책운영에 있어 가장 기본인 산업 간 불균형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국세부문의 형평성과 불균형도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니다.

이와 때를 같이해 수협이 어업인과 수협 관련 세제개선을 건의하고 나섰다. 세금 신규감면이 요구되고 있는 분야는 대부분 농·축·임업과의 형평성이 어긋나 있다.

다시 말해 농·축·임업은 되고, 수산업은 안 된다는 얘기다. 농업의 경우 소득세법상 농업소득 중 작물재배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부분은 전액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축산 분야도 소 50마리, 돼지 700마리, 닭·오리 1만5000마리 이하 소득세는 면제다. 조림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임업소득도 마찬가지다.

반면 어업소득은 전액 과세대상이다. 이는 분명 소득세 과세 차별이다. 수산업은 한·중 FTA체결, 중국어선의 불법남획에 따른 어자원 감소, 유류유출로 인한 해양오염, 출어경비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보다 실효성 있는 세제지원을 통한 어업인의 소득보전이 시급한 이유다.

특히 국세 감면 연장을 요구한 어업용 석유류 부가가치세 면제는 반드시 영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유류비는 어업활동 경비 중 출어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면세유가 과세유로 전환되면 유류비를 감당하지 못한 어선들이 출어를 포기하는 심각한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우리의 식량 주권을 포기하는 꼴이다.

수산업을 단순히 생산성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국가 기본산업 중 국민의 식생활과 직접 관련된 사업은 국민의 안녕과 평화 그리고 자주권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일본 등 선진 국가가 수산업을 보호·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의 보조금과 조세감면 등을 지원하고 있는 이유는 결코 다른데 있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이에 대해 일몰시한을 정해놓고 그때마다 연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제는 영구면제를 단행할 때가 됐다. 더 이상 이 문제를 미뤄선 안 된다.

수협중앙회가 어업인·수협 관련 국세 신규 감면과 연장을 요구한 것은 모두 16건이다. 건의가 반영된다면 수혜 규모는 7198억4000만원 수준이다. 이는 사회적 열위에 처해 있는 어업인들의 경제 활동에 충분히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자금이다. 수산업과 어업인들은 특별 대접을 원하는 게 아니다. 정책 운영에 있어 산업 간 불균형을 바로잡아 달라는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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