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뜻 모아 길을 찾다
수협, 뜻 모아 길을 찾다
  • 김병곤
  • 승인 2015.03.26 16:44
  • 호수 2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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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경성’(有志竟成)이란 고사(故事)가 있다. ‘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룬다’는 말로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중국 후한(後漢)의 광무제(光武帝)와 수하 장수 경엄의 고사에서 유래됐다.

경엄은 원래 선비였다. 그런데 말을 타고 칼을 쓰며 무용을 자랑하는 무관들을 본 뒤 자신도 장차 대장군이 돼 공을 세우고자 마음 먹는다. 나중에 병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광무제 수하가 된 경엄은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다. 상사는 경엄이 부상을 당하고서도 분전해 적을 물리친 것을 알고 매우 기뻐한다. 이에 유수는 경엄을 칭찬하며 “장군이 남양에서 계책을 건의할 때는 실현될 가망이 없어 보였는데 뜻이 있는 자는 마침내 성공하는 구려”라고 말했다. 이 고사는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소신 있게 행동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소비와 투자심리 모두가 위축됐고, 이는 내수 시장을 급랭시키는 직격탄이 됐다. 여기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한국경제의 장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우리 수협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다를 생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수협의 주변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중국어선의 침략조업은 우리 앞마당까지 점령할 기세며 무분별한 해양투기와 바다모래 채취, 해파리와 적조 피해, 어선원 고령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타결된 한·중 FTA 등을 중심으로 시장개방 압력은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협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 지난해 당기순이익 512억원이란 혁혁한 경영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전년보다 23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하나의 가치, 하나된 힘, 최고의 협동조합’ 달성을 위한 임직원들의 사명감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는 평가다.

지난해 사업 부문별 경영실적 중 지도사업은 계획대비 69%(445억원) 사업비 집행에 그쳤다. 이는 세월호 사고 여파로 연중 계획돼 있던 행사 등이 부득이 하게 취소됐거나 축소됐고, 구조개선을 통한 부실조합 감소로 자금지원 신청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자금지원 신청이 줄어들었다는 건 그만큼 조합 경영상태가 나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조합 경영성과의 근간을 이루는 상호금융은 회원조합 대출금 증가에 따른 여유자금이 줄어 계획대비 94%인 4조 5540억원의 사업실적을 보였지만, 전년보다 51억원이 늘어난 62억원의 잉여를 냈다. 공제사업은 유일하게 사업목표를 초과달성, 27억원의 잉여를 거둬 수협의 ‘효자’사업이란 걸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그러나 경제사업은 1조 4437억원 규모의 사업을 펼쳤지만 아쉽게 20억원 적자를 봤으며, 신용사업은 안정적 자금조달을 위한 시장성조달이 축소돼 16조 6484억원 규모의 사업 실적으로 443억원의 잉여를 기록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조합도 중앙회의 경영성과에 힘을 보탰다. 지난 2011년부터 이어온 중앙회 출자금 자율증대운동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94억원을 달성하고 현재 7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수협은 경영실적 못지않게 청렴조직 위상을 굳혀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시책평가 결과 협동조합 중 유일하게 4년 연속 종합청렴도 ‘우수’ 이상 등급을 획득해 청렴문화 선도 조직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져가고 있다.

‘유지경성’의 뜻처럼 뜻이 있는 곳에 반드시 길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올해도 더욱 좋은 경영 성적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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