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불망(初心不忘)으로 선거를 마무리하자
초심불망(初心不忘)으로 선거를 마무리하자
  • 김병곤
  • 승인 2015.03.12 14:01
  • 호수 2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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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불망’(初心不忘)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는 많은 선거에서 당선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 가운데 하나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처음처럼’이다. 처음 먹은 마음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에 스스로를 다짐하면서 이런 말이 생겼을 것이다.

지난 11일 수협 동시조합장 선거가 끝났다. 그리고 지난달 16일 수협중앙회장이 새롭게 선출됐다. 우리 수협에 있어 이 두 선거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수협중앙회장은 직선제가 시작된 90년 이후 처음으로 중도사퇴가 아닌 순조로운 교체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새 중앙회장 당선자는 역대 최다의 표를 얻었다. 이 같은 지지는 수협의 새로운 결집 표출을 의미한다.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은 전국 83개 조합(이사회에서 선출한 냉동냉장수협 포함)에서 치러진 수협 조합장 선거는 신임 조합장 당선율이 47%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인물교체는 조합원들의 새로운 협동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총의가 담겼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국 수협의 투표율은 79.7%를 기록했다. 이 같은 투표 참여율은 앞으로 조합장들이 명실공히 대표성을 갖고 일하는 데 있어서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많은 문제점이 도출됐다. 예견된 우려가 현실이 됐다. 출마한 후보들이나 유권자인 조합원 모두를 막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지나치게 엄격한 선거 규정 탓에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기회가 극히 제한적인데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을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 몇 차례 지적했듯이 이런 현상은 일찍이 예고됐다. 조합장선거를 공직선거에 덧칠해 법을 적용했지만 이와는 달리 후보자 본인 외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합동토론회나 연설회도 금지됐다. 당초 합동연설회나 공개토론회로 후보자의 정책을 비교할 수 있는 선거운동 방법이 있었지만 국회 심사과정에서 언론기관의 후보초청 대담 토론회 조항이 모두 삭제됐다. 현행 조합장 선거운동에서 허용되는 것은 명함배부, 어깨 띠,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지지호소문 게재, 문자메시지 전송 등 4가지가 전부다. 자신이 출마한 조합 사무소도 방문할 수 없다. 무자격 조합원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제는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조합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합동연설회와 공개토론회, 대담 토론회 등은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튼 수협중앙회나 일선수협의 출발은 어느 때 보다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초심불망’에 달려있다. 조합장들은 새 중앙회장에게, 조합원들은 새 조합장들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 수협의 모든 임직원들 역시 지지와 성원, 그리고 대안 있는 비판을 통해 새로운 협동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초심불망은 회장과 조합장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조합원과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 하지만 선거에는 항상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선거가 끝나면 우리 모두 승자일 뿐 누구도 패자일 수 없다. 승자는 자만을 버려야 하고 패자를 대승적으로 보듬어 주어야 할 것이며 패자 또한 협력을 통해 상생의 길을 가야한다. 특히 패자들은 패배를 잘 마무리해서 인생의 교훈으로 승화해야 한다. 아름다운 패배는 재기를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선자들 역시 당선이라는 승리에 도취되지 말고 패자의 씁쓸함까지 끌어안아야 할 것이다.  

이제 ‘오는자와 가는자’가 상존한다. 일찍이 맹자는 ‘가는자 쫓지 말고 오는자 거부하지 말라’했다. 떠나는 자는 떠나는 대로 두고 오는 자는 그 사람의 과거에 구애됨이 없이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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