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어업인이 희망하는 것들
한·중 FTA, 어업인이 희망하는 것들
  • 이명수
  • 승인 2015.03.05 16:24
  • 호수 2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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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우리나라 대표 실학자이자 개혁가였던 다산 정약용.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玆山魚譜)’가 정부의 정책 프로젝트에 활용돼 주목받고 있다.

‘자산어보(玆山魚譜)’는 정약전이 유배됐던 흑산도 해역의 수산생물을 조사해 생태 등을 특징적으로 분류해 기록한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수산생물 박물지이다.

이 자산어보를 벤치마킹한 ‘신자산어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해양수산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위기의 수산업을 타개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고 경쟁력있는 수산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생태계 관리와 안전, 생산의 3체계가 핵심 개념이다. 실시간 자원변동량을 예측, 관리해 적정 자원량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적조·해파리·노로바이러스 등으로부터 수산물 안전을 제어하고 방제하는 기술 개발, 첨단 양식 시스템 개발이 그 체계다.

수산관련 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우리 수산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이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산분야 최초의 대형 연구개발 사업이다. 신자산어보 프로젝트에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31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중 FTA 가서명에 즈음에 또 해양수산부의 ‘K-Seafood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한·중 FTA를 위기에서 기회로 전환시키자는 취지에서 수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 전략적 통합 마케팅을 추진한다는 프로젝트다.

고부가가치의 K-Seafood를 세계적인 수산식품으로 개발해 수출에 나선다는 야심찬 정책이다. 

이들 두 프로젝트가 제대로 성공되면 수산물 생산에서부터 판로까지 막힘없는 진전이 기대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산업은 자원 감소·고령화와 함께 폐쇄적인 산업구조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게 현주소다. 여기에 한·중 FTA 등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돼 있는 상태다. 사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까닭에 이 탁상의 프로젝트가 썩 와닿지 않는 게 어업인들 대다수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한·중 FTA라는 거대산맥 앞에 서있는 어업인들의 희망은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에서 융자받은 수산정책자금 금리가 인하되고 태풍 등 재해로 인한 보상을 제대로 받고 싶어하는 소박함이다. 비합리적, 비현실적인 수산제도가 개선돼 먹고 사는 문제에 지장이 없으면 족하다.

농업이나 타 산업에 비해 받는 상대적 박탈감만 없어도 참아 볼 만하다.

지난 4일 수협중앙회에서는 어업인 등을 대상으로 ‘한·중 FTA 설명회’가 있었다. 어업인들은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정부를 비판했다.

어업인들은 소소한 희망에서부터 굵직한 FTA 대책까지 서광(曙光)이 보이질 않는다는 절박함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그러면서 배수의 진을 치는 심정으로 수산정책의 입안과 실천을 강력히 촉구했다.

앞으로 설명회는 이어지겠지만 이날 설명회에서 어업인들이 지적하고 제기한 의견을 정말로 수용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FTA 활용과 수산 체질개선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한·중 FTA 대책 수립도 중요하지만 FTA로 인한 수산피해를 세심하게 파악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신자산어보 프로젝트’와 ‘K-Seafood 프로젝트’가 장밋빛 정책에 그쳐선 안되며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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