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선거에서의 선관위 역할
협동조합 선거에서의 선관위 역할
  • 김병곤
  • 승인 2015.03.02 11:40
  • 호수 28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협중앙회장 선거가 끝나고 일선수협 조합장 선거가 시작됐다. 올해 처음 실시되는 조합장 선거는 수협을 비롯한 농협, 축협, 산림조합에서 동시에 실시된다. 특히 이번부터‘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공위법)’에 따라 협동조합 조합장도 같은 법률이 적용된다. 그래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관리한다. 하지만 공위법 선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후보자 공개토론회와 합동 연설회도 없다. 다시 말하면 조합원들이 후보자들의 됨됨이와 정견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축소된 것이다. 그동안 자체적으로 치러온 수협법 등에서 채택했던 후보자 합동연설회와 공개토론회도 생략됐다. 오로지 후보자가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선거공보 발송, 선거벽보 부착, 선거운동용 명함 배부, 어깨띠·윗옷·소품 착용,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한정된 선거 운동 뿐이다. 덧붙이면 선거 공보에 공직자 선거의 필수사항인 전과기록도 없다. 모든 공직선거법이 인정하고 있는 예비후보자 등록과 예비선거 운동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무늬만 공위법 선거인 셈이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깜깜이’선거로 규정하고 있다.

당초 협동조합 선거에 공위법의 잣대를 들이댄 것은 개별적으로 치러지는 선거의 과열·혼탁 양상을 막고 선거비용을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의 법률 적용으로는 인물이나 공약도 제대로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용도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협은 면 단위의 농협과 달리 군 단위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어 선관위가 관리해야 하는 폭이 넓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재 도입된 법률에 따른 선거는 수협과 분명 맞지 않다. 유권자의 알권리는 제한되고 선거관리만 앞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을 곱씹어 봐야 한다. 

‘누구든지 어떠한 방법으로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감시하는 선거관리의 위세만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최근 열린 수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모 지역 조합장들이 투표를 위해 서울로 이동하는 버스에 선관위 위원들이 탑승해 감시한 것은 조합장들의 인격까지도 무시한 것 아니였냐는 여론이다. 더구나 투표과정에 투입된 선거관리 위원들은 선거관리 위원장이 배석하지도 않았는데 통보도 하지 않았고 개표도 매끄럽지 못했다. 92표에 불과한 투표수를 20분 넘게 공표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투표결과를 발표한 후 의장에게 결과물을 전달하지도 않고 투표장을 빠져나가 버렸다. 유권자 수 93명이 투표한 선거에 비용은 5000만원이 넘는다.

기존에는 총회 때 입후보자 소견 발표에 이어 투표를 실시해 별도 비용이 그다지 많이 들지 않았으나 새 선거 도입으로 비용이 훨씬 늘어난 것이다. 참으로 황당한 것은 공명선거 관련 광고를 본지인 ‘어업in수산’에 게재해 달라는 요청으로 가장 먼저 실었으나 정작 후보자들의 공약은 싣지 못하게 했다. 후보들의 활동상과 정견을 발표할 수조차 없는 선거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묻고 싶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 했다. ‘달을 보라고 했더니 손가락만 본다’는 뜻이다. 선관위는 분명 수협중앙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본질을 외면한 채 지엽적인 것에 집착했다는 중론을 깊이 새겨야 한다.

선관위에 맡겨진다고 협동조합 선거가 달리 달라질 것은 그다지 없다. 협동체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법 제정과 함께 잘못된 관행을 스스로 바로잡으려는 우리 모두의 의지가 필요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