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아라메길>> 서산 ‘아라메길’ 역사와 전통을 따라 걷다
서산 아라메길>> 서산 ‘아라메길’ 역사와 전통을 따라 걷다
  • 김동우
  • 승인 2014.12.18 16:29
  • 호수 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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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미읍성은 현존하는 읍성 중 가장 보존이 잘 돼있다.


매캐한 자동차 매연, 굼벵이처럼 움직이는 자동차들의 행렬, 찌뿌둥한 하늘… 서울을 빠져나오자 도로 위에 휴식을 취하던 자동차들이 일제히 경주라도 하듯 속도를 올린다. 얼마 지나자 않아 시원스럽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며 겨울풍경을 즐긴다. 희끗희끗 눈발이 내려앉은 논과 밭은 고요하고, 적막하다. 도심과 근본부터 다른 풍경에 자연스레 라디오 볼륨을 높인다. 서해대교를 넘자 얼마 가지 않아 해미IC 이정표가 보인다. 노란 방향지시등을 깜빡이며 차는 속도를 줄인다.


▲ 서산 마애삼존불상은 백제예술의 극치로 손꼽힌다.
서산 ‘아라메길’의 어원은 바다의 고유어인 ‘아라’와 산의 우리말인 ‘메’를 합친 말로, 바다와 산이 만나는 친환경 트레킹 코스를 말한다. 특히 바다와 산으로 이어지는 아라메길은 언제든 가족, 친구들과 정겹게 걸으며 자연이 갖고 있는 향기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명품길로 손꼽힌다.

해미읍성(사적 제116호)부터 시작되는 서산 ‘아라메길’ 제1코스는 개심사, 보원사지, 마애여래삼존상, 유상묵가옥, 유기방가옥 등으로 이어지며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해미읍성은 조선시대 건축된 성 중에서 전북 고창 읍성과 함께 가장 보존 상태가 양호한 곳이다. 특히 선조 12년(1578) 충무공 이순신이 병사영의 군관으로 부임해 10개월간 근무한 곳이기도 하다. 이 읍성은 원래 왜구의 출몰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적 목적으로 건축됐으며, 지리적 특성상 충청도 지역의 주요 군사거점이었다.

▲ 마음을 여는 사찰 개심사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또 18세기 말 천주교인들이 처형된 순교의 현장으로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미읍성을 방문해 관심을 끌었다.

아라메길은 해미읍성을 지나 개심사(開心寺)로 향한다. 가야산 자락의 부드러운 능선을 사뿐히 걷다보면 자연스레 마음의 문이 열리는 아담한 사찰을 만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유홍준 저)에 소개된 뒤 유명세를 치른 개심사는 국내 최고의 목불이 발견된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봄이면 만개한 토종 왕 벚꽃이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소박하고 작은 절 이곳저곳에 소복이 눈이 내려 앉아 있다. 빛바랜 단청 아래를 걸으며 절제된 건축미를 감상하는 일은 아라메길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상쾌한 숲길은 보원사지를 지나 용현계곡으로 탐방객들을 이끈다. 조잘조잘 흐르는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천상의 미소가 감동의 순간을 준비한다. 백제의 미소로 잘 알려진 서산마애삼존불상(국보 제84호)이 바로 이 계곡에 위치하고 있는 것.

이처럼 허겁지겁 걷기 버거운 길이 아님에도 아라메길은 탐방객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볼거리를 내놓는다.

잘 닦인 계단을 오르면 마애삼존불상 관리사무소가 나오고 모퉁이에 깎아지는 듯 한 절벽이 솟아 있다.
살금살금 길을 따라 절벽 앞에 서면 인자한 미소로 탐방객을 내려다보고 있는 백제의 미소가 자비로운 얼굴로 인사를 해온다.

▲ 아라메길을 걷다보면 그림같은 고풍저수지를 만난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 중 으뜸이란 백제후기의 작품은 역시 압권이다.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달라져 빛과의 조화에 의해 진가를 보이도록 한 백제인의 슬기가 놀랍기만 하다.

계곡을 빠져 나오면 차디찬 겨울이 그대로 담겨진 고풍저수지를 만난다. 잔잔한 바람이 물결 위에 파동을 만들고 지나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이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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