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원과 동행(同幸)하는 길
외국인 선원과 동행(同幸)하는 길
  • 수협중앙회
  • 승인 2014.12.11 16:17
  • 호수 2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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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룡 수협중앙회 외국인력지원단장

연근해어업은 어촌인구 감소, 인구고령화와 함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인식으로 승선기피 현상이 계속되면서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향후 몇십년 내에 어선을 탈 사람이 없어 어업 생산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어업인 대표단체인 수협은 수산업현장의 선원수급 불균형 해소를 통한 어업인들의 원활한 조업활동 보장을 위해 외국인력 전담팀을 설치, 1996년 산업연수생 중국선원 66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18명 선원 입국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3만명의 외국인선원을 도입하여 연근해어업 분야의 인력난 해소에 기여했으며 2014년 11월말 현재 전국의 어업현장 곳곳에서 1만여명의 외국인선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매년 어업현장에서 외국인선원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그들에 대한 복지와 처우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최근 수협에서는 단순히 많은 인원의 외국인선원을 도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입국 후에 외국인선원들이 안정적으로 국내생활에 정착하여 조기에 어업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개선 추진과 함께 다양한 복지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6회째를 맞은 ‘우수 외국인선원 한국문화체험 행사’는 성실한 외국인선원을 초대해 서울시내 유명관광지와 유적지를 탐방하고 다양한 한국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참가 외국인선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지역단위 외국인선원들을 위해서도 매년 두차례 어업현장을 찾아가 ‘외국인선원 위안의 날’을 개최해 바쁜 조업 일정 때문에 함께 할 시간이 부족했던 지역 국적 동포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들고 있다. 아울러 2012년부터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따뜻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선원들이 추운 겨울 날씨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방한복 지급 사업도 시작해 현재까지 5000여명의 선원들에게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외에도 외국인선원들과 고용주의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어업현장이나 실생활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조기에 해소하여 안정적으로 조업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고충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인선원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합숙소 집기비품 구입 지원사업, 조업 중 사고 외국인선원에 대한 위문품 지급 사업, 사망 외국인선원 유가족을 위한 위로금 지원 사업도 함께 해 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외국인선원 복지기금을 조성 운영하여 지속적으로 복지사업 지원 대상자와 사업내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개봉한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는 과거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가 머나먼 타국땅에서 가족을 위해 힘든 외지생활을 이겨냈던 지난 고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아버지, 아들들이 사막 모래바람이 이는 사우디 건설현장에서, 석탄가루가 날리는 숨막히는 독일의 탄광안에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이 불과 몇십년 전의 일이다.

과거 우리 아버지·어머니가 그랬듯, 지금 어업현장에서 보이는 외국인선원들도 그들의 고향에서는 누군가의 부모이고 자녀들일 것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정도의 시간동안 묵묵히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어업현장에서 땀흘리는 외국인선원들을 단지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이 아닌 우리와 함께하는 ‘동료’로, ‘한가족’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지’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한국수산업과 외국인선원들이 함께 가는 동행(同幸)의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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