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우음도
경기도 화성>> 우음도
  • 김동우
  • 승인 2014.12.04 16:13
  • 호수 2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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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위에 다시 살아난 섬 우음도



노란 벌판이 파란하늘과 마주한다. 맹수가 갈대와 삘기(띠풀)가 무성한 숲 속에서 몸을 숨기고 먹이를 노리고 있을 것만 같다. 딱딱한 바닥에 듬성듬성 자란 나무들은 독한 생명력으로 푸른 잎을 살랑거린다. 아이 키만 한 삘기를 헤쳐가며 조심스럽게 벌판 안에 발을 딛는다. 풍경이 주는 단순미는 이곳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어디가 어디인지 종잡을 수조차 없는 미지의 땅 한쪽에서 바람이 숨을 고른다. 여행을 하다 보면 종종 느닷없이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듯 한 이국적인 풍경을 만난다. 경기도 화성시 우음도가 바로 그런 곳이다.


▲ 송산그린시티전망대에서는 그림 같은 빛내림 등 멋들어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서걱서걱’, ‘또르륵’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소리가 울린다.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갈대와 삘기, 며칠 전 내린 소나기로 인해 생긴 물웅덩이 그리고 바람의 합주회가 한창이다.

인구 100여명이 살던 자그마한 섬, 우음도는 1994년 시화방조제 건설로 인해 육지가 됐다. 지금의 우음도는 방조제 건설 전 바다 속에 잠겨 있던 곳부터 주민들이 살던 섬 전체를 말한다.

방조제 건설 직후 이 일대는 죽음의 땅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물고기가 떼로 죽어나고 물에선 썩은 비린내가 진동했다. 그때부터 치열한 반성과 노력이 시작됐다. 최근 우음도 일대는 다시 생명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느새 들짐승들이 집을 짓고 철새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주말이면 적잖은 방문자들이 이곳을 다녀간다. 평일 호젓한 시간에는 심심치 않게 사진작가들을 만날 수도 있다.

▲ 우음도에서는 갈대와 삘기 사이를 걸어 볼 수도 있다.
여의도 보다 40배 큰 간척지 한 쪽 끝, 우음도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간척지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평택시흥간고속도로, 그 옆에 위치한 공룡알화석산지는 수억년 전 우음도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보여준다.

공룡알 화석산지는 지난 1999년 우연치 않게 사진을 찍으러온 사람들에 의해 발견됐다. 현재까지 알둥지만 30개, 공룡알 화석이 300개 넘게 발굴됐다. 특히 여러 퇴적층에서 공룡알이 발견되면서 이곳이 공룡들의 집단 산란지였음이 밝혀졌다.

이에 정부는 공룡알 화석의 가치를 인정해 지난 2000년 이 일대를 천연기념물 414호로 지정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데크 위를 걷는다. 우음도의 낯선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고속도로가 아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나무 3그루가 나란히 어깨동무를 하고 치열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날부터 물이 빠지고 염분기 가득한 척박한 땅에 나무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키 작은 수풀 위로 아담한 그늘이 만들어 진다. 이제는 우음도를 상징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거대한 평원의 한복판을 걷고 있노라면 갈대숲을 배경으로 크고 작은 공룡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떠오른다. 길의 끝에선 발굴 당시 모습으로 보존돼 있는 공룡알 화석을 직접 볼 수도 있다. 바위에 새겨져 있는 둥근 알의 형태가 제법 뚜렷하지만 멋들어진 풍광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 공룡알 화석산지 방문자센터에서는 한반도에서 발견된 공룡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 볼 수 있다.
▲ 송산그린시티전망대에 오르면 시화호 일대가 눈에 들어 온다.


공룡알 화석산지에서 과거 바다 속에 잠겨 있던 우음도 들판을 마음껏 감상했다면, 다음으로는 주민들이 살던 우음도 꼭대기에 세워진 ‘송산그린시티전망대’를 찾아보자.

송산그린시티는 머지않아 우음도 주변 시화지구에 들어설 거대한 신도시의 이름이다. 일대 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앞으로 세워질 도시의 모습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무슨 소용이랴. 눈동자 한 가득 들어오는 빛 내림의 거룩한 감동에 도시개발계획 따위는 금세 잊힌다. 멀리 우음도의 들판이 황금물결로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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