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에서 참굴비 맛에 빠지다
추자도에서 참굴비 맛에 빠지다
  • 김상수
  • 승인 2012.06.21 14:50
  • 호수 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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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민박의 참굴비정식’

▲ 추자도에서 나는 재료로 깔끔하게 차려내는 참굴비정식 한상

추자도 그린민박집에서 아침상을 받았다. 전날 미리 주문했던 터. 제5회 추자도참굴비 대축제 첫날 오전에 내린 풍랑주의보로 발 묶인 관광객이 많아 숙소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친절함이 몸에 밴 그린민박 안주인이자 손맛 주인공인 김만초(55) 씨에게 내친김에 아침밥까지 부탁했던 참. 그렇게 차려내온 참굴비정식 밥상은 말 그대로 웰빙식단, 깔끔하기까지 하다.


참굴비가 구워지기 전, 밥상 위에 오른 밑반찬 가짓수나 내용부터 보통이 아니다. 톳무침이 있는가 하면, 가시리와 청각무침이 눈길을 붙잡는다. 모두 추자도 연안에서 직접 채취한 것이라 했다.

싱싱하니 상큼한 맛에 절로 젓가락이 간다. 고구마줄기가 볶음으로 나오고 부추무침, 곰삭은 갓김치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구색 맞춰 놓았다는 파프리카와 버섯 말고는 대부분 추자도 땅의 소출이다.

추자도답게 멸치젓과 멸치볶음이 더해지더니 북어국이 뒤따른다. 전날 밤, 늦게까지 술자리를 한 손님들이 많기에 마련했을 터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이윽고 아침밥상의 주인공 참굴비 다섯 마리가 등장하면서 완성된 추자도식 참굴비정식 식단. 화려하기까지 한데, 기름기 좔좔 흐르는 참굴비 모양새와 고소한 냄새를 못 이겨 서둘러 촬영을 끝내고 맛을 본다. 살살 녹는다.

뼈를 따로 발라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연하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는 옆자리 손님상도 깨끗하다. 참굴비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모두 먹어치운 모양이다.

“다른데 조기와 맛이 다를 거예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 사이 추자 근해에서 잡아 올린 참조기로 만든 참굴비랍니다. 우리 섬 어업인들이 잡아 올린 참조기에 천일염을 넣고 말려 가공한 것이죠.”

추자도 토박이 김만초 씨의 설명인데, 그이가 자랑하는 추자도 참굴비는 지난해에 특허청에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으로 등록되어 있다고도 했다.

톳과 옥돔 등에 이어 제주에서는 네 번째로 이뤄진 일이라는데 이로써 ‘추자도참굴비’라는 명칭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을 확보한 것이라 했다.

“한때는 추자 어업인들이 어렵게 잡아낸 참조기 중 일부분만 추자도에서 참굴비로 가공되어 뭍으로 나가고, 대부분의 조기는 선어 상태로 뭍에 팔려나가기도 했었죠. 추자도수협에서 나서서 참조기로 만들어낸 참굴비의 가공과 판매에 노력했고 그 덕에 이 참굴비정식 밥상을 받으신 거예요.”

김 씨의 설명인데, 추자도수협은 이미 참굴비의 생산과 판매에 성공, 제주 대표수산물로 자리 매김 한 오늘에 이르게 한 주인공이라 덧붙인다.


세 마리 째에 가서 밥 한 그릇을 더 청했다. 참굴비에 가려져 있던 밑반찬들을 천천히 음미한다. 참굴비 이전에 추자도 어업인들의 효자 수산물이었던 멸치로 담근 곰삭은 젓은 다른 지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깊은 맛이 나니 밥도둑이나 다름 아니다.

김만초 씨는 가족들과 손님상에 올릴 참굴비를 직접 가공한다고도 했다. 냉동건조 상태의 일부지역 굴비와는 달리 전통 방식대로 해동된 조기를 염장 가공한다는 설명인데, 중요한 재료는 소금이라던가. 신안산 소금을 주문, 몇 해를 묵혀두고 건수를 뺀 천일염만을 사용한다니 그 수고가 보통이 아니겠다.

그린민박  064) 742-7377, 1015
제주특별자치도 추자면 대서리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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