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패류 건강의 비밀
어패류 건강의 비밀
  • 수협중앙회
  • 승인 2014.11.20 14:48
  • 호수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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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도 부경대학교 수산질병관리원장

우리는 질병 인식에 대해 너무나 큰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 편견 중 하나는 ‘병원균=질병’이라는 개념이다. 이 편견이야말로 오늘날 질병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 원인이 되며 이로 인해 질병 해결의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패류의 질병에 대하여도 이 같은 편견을 가진다면 결국 어류 양식업은 질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장래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질병이 외부적인 병원체나 환경적 요인에만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건강’이라는 단어의 인식에 심각한 오류를 야기하게 되었고 건강 유지를 위한 대책마저도 외부 요인 제어를 위한 대책(항생제나 살균제 처치, 사육밀도 조절, 수질 개선 등) 일색이다.

일반적으로 ‘건강하면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면역성이 있으면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질병은 매년 반복해 발생하고 있으며 전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건강’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가? 또한 ‘면역’의 참된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필자는 이 기회에 의학자나 많은 의학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 건강과 면역에 관한 개념이 정착되어 있지 않다는 심각한 문제를 이치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이미 그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알고 있었다면 지구상에 질병문제로 곤란한 처지에 빠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외부 병원체 제어에 집중하다 보니 언젠가 면역이 생물학적 병원체와 신체 성분(세포 및 체액 성분)과의 반응성이 마치 면역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어 버렸다. 여기에 항원(antigen)과 항체(antibody)의 개념이 도입되고 관련 백혈구들, 과립구, 임파구(B/T 계열) 및 큰포식세포(macrophage), NK(natural killer) 세포 등의 연구에 집중하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이들 세포의 생산 장소이기도 하며 반응 장소인 흉선, 비장 및 임파선 등을 소위 면역장기(immune organ)라고 표현하기에 이르렀으니 이것은 참된 면역의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깨우치고자 한다.

현대 의학계는 면역개념 인식에 대한 분명한 오류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면역이란 생체의 항정성 반응(homeostasis)을 뜻한다. 즉 생체의 기능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반응 또는 그 힘을 뜻한다. 다른 말로 생리활성(physiological activity)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건강하다’는 의미도 생리활성에 있어 문제가 없는 상태를 말하며 이것이 또한 면역성(immunity)이다. 면역학(immunology)이란 학문도 생리학(physiology)에서 출발한 것이나 숙주의 생리학적 개념을 벗어나 병원체 특히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과 같은 생물학적 병원체와의 세포 및 액성 반응성 연구에 집중한 것을 면역학 연구로 오해해 왔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어패류병리학을 가르치기에 지금까지 20여년간 양식 환경 하에 있는 어패류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질병 예를 경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병원체 진단과 그 치료 대책에 집중하나 질병이 해결되기는커녕 매년 동일한 질병이 만연하고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양식업 자체를 포기할 지경에까지 왔다. 그런데 병원체에 집중한 나머지 숙주의 면역성과 그 유지 및 개선에 대하여는 간과되어 왔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외부 병원체 제어가 중심이 아닌 어류가 생체의 기능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반응, 즉 면역력 강화를 위한 노력과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어패류의 건강을 보다 효율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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