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순천’
영화 ‘순천’
  • 수협중앙회
  • 승인 2014.10.09 02:39
  • 호수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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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삶의 숨결을 만난다

최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평생을 어업인으로 살아온 한 여인의 이야기가 영화화돼 화제다. ‘순천’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지역 순천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다. 아름다운 순천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어업인의 삶의 이야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직접 확인해 보는건 어떨까.


바다를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어업인의 삶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어업은 금녀의 영역이었다. 어부들은 여자가 배에 타면 배서낭이라는 여신이 질투를 해 조업을 방해한다고 믿었기에 전통적으로 어업에서 여성을 금기시한 부분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 어부가 드문 까닭은 이렇듯 오랜 미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실은 뱃일 자체가 보통의 남성들도 꺼리는 고된 노동이기 때문이다. 영화 ‘순천’의 이홍기 감독은 “이런 고된 바다라는 일터에서 50년동안 여전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살고 있는 여자 어부를 만났다. 그녀가 바로 칠순의 여자 어부 윤우숙이다”며 소개했다. 이 감독은 “그녀는 오늘도 어제처럼 자신의 분신인 목선을 홀로 타고 바다에 나가 조업을 하고 있다. 그녀에게 바다는 세상이고, 목숨처럼 소중한 피붙이고, 정을 나눈 지아비와 마찬가지다”며 “봄·여름·가을·겨울동안 그녀의 일상의 풍경을 그저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일년 후, 카메라 속에는 삶이라는 선물이 담겨져 있었다”며 이 영화에서 담고자 했던 어업인의 삶을 얘기했다.


사람과 자연,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휴먼 자연 다큐멘터리

순천(順天). 따를 순. 하늘 천. ‘하늘의 뜻을 따름’으로 해석되는 제목처럼 ‘순천’은 순리대로 사는 사람들의 묵직한 삶의 내공을 담고자 고군분투하며 순천만과 순천만 사람들의 일년여의 시간과 사계절을 오롯이 스크린에 펼쳐냈다. 따라서 순천만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평생을 품고 의지하고 살아온 순천만 사람들 모두가 영화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순천’에는 삶의 기쁨과 슬픔, 죽음의 두려움도 밀물과 썰물처럼 오고가며 공존한다. 삐걱거리는 소리로 아직은 쓸모를 증명하는 듯한 목선마저도 삶과 죽음의 시간 속에서 바다를 품고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흑두루미 새끼에게도 삶과 죽음은 공존한다.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삶에 대한 찬란한 기록이자
깊은 헌사

 영화 ‘순천’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평생을 어부로 살아온 한 여인의 이야기이자 그녀가 50년간 하늘처럼 섬긴 지아비와의 마지막 나날을 그린 작품이다. 오직 자식과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거친 바다와 갯벌에서 여자 어부로 살아온 칠순의 윤우숙은 스무살에 시집와 뱃일을 시작해 1남5녀의 자식을 모두 제 힘으로 출가시킨 자타공인 여장부다. 오직 자식들 배불리 먹이는 것과 남편 차일선이 술을 끊고 건강해지는 것 두 가지만 바라며 고기를 잡고 꼬막을 캐며 평생 바깥양반의 역할로 가족의 생계를 지탱해 왔다. 밥벌이에 무심한 남편도, 평생의 가난도 모두 하늘의 뜻이라 여기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감독은 이런 특별함만으로 여자 어부 윤우숙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선택하지는 않았다. 이 감독이 ‘순천’ 영화를 찍기로 결정하고 마음에 그렸던 인물은 자연의 이치를 따르며 순리대로 살아가는 가장 보편적인 인물, 그 자체가 어머니의 품 같은 ‘순천’인 사람을 찾았다. 너무 특별하면 보편적일 수 없다. 여자 어부란 직업은 그저 그녀의 직업일뿐이었다. 스스로를 ‘바다의 왕’이라고 자랑해도 그녀의 야망은 오직 ‘가족’이라는 점. 이것이 세상의 보편적인 어머니로서 그녀가 선택된 까닭이다. 여자 어부라는 특수성은 그녀의 성격을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녀는 뱃사람답게 거친 입담의 소유자지만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속정이 깊고 따뜻해 주변을 돌본다. 무뚝뚝하고 욕심 없는 남편을 매일 흉보면서도 지아비로서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위한다. 뱃일 때문에 온몸이 쑤신다고 푸념을 늘어놓고도 가족의 밥상 차리는 게 우선인 평범한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다.

 영화 ‘순천’은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헌신과 사랑에 대한 헌사이자 그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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