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문화마당 책소개>> 내밥상 위의 자산어보 &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수협 문화마당 책소개>> 내밥상 위의 자산어보 &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 수협중앙회
  • 승인 2014.09.04 14:55
  • 호수 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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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을 소재로 쓰여진 책은 많지 않다. 자료 수집의 한계 때문이거나 독자들을 끌어들일만한 매력적인 소재가 되지 못해서 일수도 있다. 그러던 중 흥미로운 제목의 책자가 발간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1814년 흑산도에 유배당한 선비 정약전이 썼던 ‘자산어보’가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라는 제목으로 200년만에 다시 태어났다. 저자는 이번에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책자를 발간하면서 지난 2010년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자를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로 새롭게 다듬어 재출간했다.
가을의 문턱에서 200년만에 다시 태어난 ‘자산어보’는 어떤 모습일지 직접 확인해보자. 

‘자산어보’(玆山魚譜)란?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1801년(순조 1년) 천주교 박해사건인 신유박해 때 전라도 흑산도에 유배되어 1814년(순조 14년)까지 생활하면서 이 지역의 해양 생물에 대해서 분석하여 편찬한 해양생물학 서적이다.  총 3권으로 이뤄져 있으며 원본은 없고 필사본만 남아 있다. 흑산도 근해의 각종 어류와 수중 식물 등 총 155종의 생물을 설명했으며 여러 해양 동식물들의 이름, 모양, 크기, 습성, 맛, 쓰임새, 분포 등을 자세히 기록했다.



수협 문화마당 책소개



인생 뚝배기에 고스란히 담은 바다 한 그릇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저자: 한창훈  -출판사: 문학동네

바다와 섬 , 그에 기대어 사는 생명들의 기록

2010년 출간된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에서 이야기를 다듬어 새롭게 재출간된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30종의 ‘갯것’들을 맛깔나게 먹는 법, 잡는 법, 다루는 법과 함께 보는 이의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시원한 바다 사진들 그리고 바닷사람들의 애틋한 삶의 면면까지 자연스레 녹여낸 이 책은 바다와 섬, 그리고 그에 기대어 사는 모든 생명들에 관한 생생한 기록 그 자체이다. 또한 우리가 몰랐던 해산물을 맛있게 즐기는 요령, 섬사람들의 상차림 또한 이 책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섬에서는 회를 조선간장, 마늘, 설탕, 고춧가루, 생강, 깨 따위로 만든 양념장과 함께 먹는 것을 최우선으로 친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치는 것이 묵은 김치나 고추냉이 간장을 곁들여 먹는 것. 섣불리 초고추장에 먹겠다면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소리를 듣게 된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섬사람들의 괜한 생떼가 아니라 실제로 생선회에 초고추장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달고 신 맛이 생선살의 맛을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도시인들은 눈 동그래질 해산물들의 비화 또한 재미있다. 혹시 문어가 자신의 다리를 잘라먹고 산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저자의 해석에 따르면 이는 “배가 너무 고프거나, 저가 먹어봐도 맛있거나, 둘 중 하나는 확실하다”고.

또한 맛깔나는 밥반찬 갈치는 이따금 다른 방식으로 입에 들어가기도 하는데 갈치 비늘의 구아닌은 립스틱의 주성분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므로 저자에 표현을 따르자면 “키스는 남녀가 갈치 비늘을 주고받는 행위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삶의 순간순간을 버텨내 온 사람들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쪾저자 한창훈  쪾출판사 문학동네

바닷가에서 술잔을 들며 만난 물고기와 사람들의 삶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에 이어 발간된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그 책 제목만으로도 흥미롭다.

저자는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라면서 책 속에 푸지게 차려낸 것은 ‘오직 바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상’이다. 그의 바다에선 여전히 보리멸, 숭어, 참치, 쥐치, 상괭이, 고래들이 뛰놀고 어딘가 ‘거시기하게 생긴’ 전복도 요염하게 움찔거린다.

하지만 이번 자산어보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생명체는 무엇보다 바다를 바라보며 술을 마시는 ‘사람’이다.

물고기는 바닷속에서 말없이 살고 사람은 말 못할 일이 있을 때 바다로 가서 술을 마신다.

작가 한창훈이 바닷가에서 술잔을 들며 만난 무수한 물고기와 사람들의 삶.

책장을 넘기다보면 지친 몸에 술이 퍼지듯 인생의 지난함과 쓸쓸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무심히 쏟아놓고 가는 인간 앞에 영원히 깊고 푸르게 펼쳐져 있을 바다의 경이에 홀연히 취해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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