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회장 중앙일보 시론>> 팽목항의 이주영 장관 집무실로 복귀해야
이종구 회장 중앙일보 시론>> 팽목항의 이주영 장관 집무실로 복귀해야
  • 수협중앙회
  • 승인 2014.08.21 14:38
  • 호수 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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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공백으로 수산업 불안 커져
해경, 중국 불법 어선 단속 손 놓아

한·일 협상 결렬로 갈치 어업 타격
위기 빠진 국내 수산업 대책 시급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넉 달이 지났다.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그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다는 사실이 한없이 안타깝기만 하다. 국민 역시 사고 직후부터 실종자 수색작업이 이어지는 지금까지 자신의 일인 듯 애타는 심정으로 함께하고 있다. 보통의 국민도 이럴진대 실종자 가족 곁을 지키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도 마음이 매우 아프고 책임의 무게 역시 무거울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장관이 집무실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사고 수습이 장기화되고 장관의 업무 복귀가 지연됨에 따라 어민과 수산업계의 불안과 걱정이 커지고 있다. 당장 세월호 사고 해역 주변의 진도 어민들은 하루살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계속되는 수색작업과 유류 오염으로 어획과 채취는 중단됐다. 진도 앞바다가 참사의 현장으로 국민의 뇌리에 각인되면서 진도산 수산물은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일부 악덕 유통업자는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후려쳐 진도산 수산물을 사들이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근심은 진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 어민들은 수산대국인 일본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힘겹게 경쟁하고 있다. 해경의 장비와 인력이 팽목항에 집중된 사이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은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수협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중국 현지를 조사할 때 중국 수산업체가 우리 측 해역 사정에 정통한 한국인 선원까지 확보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처럼 중국은 대한민국의 수산자원을 호시탐탐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FTA까지 맺어지면 세계 수산물 생산량 1위이자 우리보다 규모가 20배 더 큰 중국 수산업의 공세에 우리 어민들은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일본과는 한·일 어업협정이 결렬되면서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던 우리 어선들이 철수했다. 타결이 안 되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출어해야 할 갈치 연승(낚시를 이용하는 어법) 어민들의 발이 묶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어민들은 한·일 어업협정을 통해 일본 측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조업해 연간 2100t의 갈치를 어획했다. 이는 우리 어선들이 지난해 연승어업으로 어획한 갈치 총량 8267t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한다. 일본 측과 협정을 맺지 않으면 출어가 불가능해지는 연승 어민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또 갈치 수급 불안이 물가에 끼칠 악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 원양업계도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견제가 심해지며 불법어업국 지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민국 수산업계의 현실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이주영 해수부 장관이 하루빨리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해 어민과 수산업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줘야만 하는 이유다. 특히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어민들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개발을 우선하는 경제논리 속에 환경 파괴, 자원 고갈,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어민들은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밀려났다.

2012년 11월 6일, 쏟아지는 차가운 빗줄기에도 아랑곳없이 전국의 어민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해수부 부활을 목 놓아 외쳤다. 다른 사회계층과 동등한 수준의 삶의 질을 보장하라는 갈망이 사상 처음으로 전국의 어민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와 같은 기대와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및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세계 경제와 수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변수들의 등장은 우리 수산업계와 어민들의 근심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이 같은 난제들을 해결하고 정부가 해수부의 부활과 함께 내걸었던 ‘수산업의 미래 산업화’를 실현하기 위한 그랜드 디자인을 새로 짜야 할 시점이기에 이 장관의 정상 업무 복귀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물론 세월호 사고의 수습은 여전히 중요한 현안이다. 하지만 비탄에만 잠겨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이제는 비극의 아픔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할 때다. 수산업은 국민 생존과 직결되는 식량산업이자 세계 석학들이 급부상을 예고하는 미래 성장산업 가운데 하나다. 우리도 식량주권을 지키고 나아가 앞으로 먹거리를 책임지는 미래산업으로 수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혁신적 발전전략의 수립과 추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이 팽목항에 묶여 참모들과 떨어져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민은 물론 국민의 근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팽목항의 실종자와 그 가족들을 잊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사고 수습을 포함한 국정 현안을 참모들과 함께 충분히 의논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업무에 정상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이 하루빨리 집무실로 돌아와 남은 실종자 수색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편으로 대한민국 수산업의 현안을 처리해 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이 글은 이종구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장(수협중앙회장)이 중앙일보 8월 20일자 33면 오피니언란 에 기고한 시론을 전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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