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모 수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지난 1995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훈련 및 정보제공, 협동조합 간의 협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 7가지의 협동조합 원칙을 발표해 협동조합이 추구하여야 할 기본적인 활동지침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의 제정 이후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어 2014년 5월 현재 4823개의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는 등 협동조합 운동이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협동운동의 7원칙을 통하여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활동을 바라볼 때 많은 부분에서 부족함과 아쉬움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협동조합 간 협동이 활발하지 않아 협동조합운동의 시너지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아직 우리나라 협동조합 운동이 개별 협동조합의 활동 안에서 머무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간 협동의 효과로는 첫째, 거래교섭력이 강화된다. 소규모의 협동조합이 독자적으로 자재나 원료를 구매하면 구매량이 적어 거래교섭력이 낮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러 협동조합이 공동으로 구매하면 구매물량이 하나로 모아져 구매력이 생긴다. 이렇게 거래교섭력이 높아지면, 구매단가의 인하, 협동조합이 요구하는 물품의 생산(OEM), 좋은 거래조건의 선택 등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판매 측면에서도 거래교섭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둘째, 공동사업을 위한 시스템 개발이 가능하다. 소규모의 협동조합은 경영활동을 위한 회계, 결제, 관리시스템 등이 필요함에도 개발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범용 시스템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협동조합간의 협동은 이런 공동의 처지에 있는 협동조합을 연결해 가능한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개발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수협의 금융시스템은 수협중앙회가 개발하지만 92개 회원조합이 함께 공유하여 개별 조합별로는 아주 낮은 개발비용을 투입하는 것에서 협동조합간 협동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셋째, 교육기능 및 효과의 확대가 가능하다. 협동조합 임직원 또는 조합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 그리고 R&D 등은 소규모 협동조합이 개별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다. 협동조합간의 협동은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교육프로그램의 개발과 실행, R&D 효율성의 향상 등이 가능하다.
넷째, 공동 홍보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가 가능하다. 소규모 협동조합 또는 개별 협동조합이 직접 매스미디어 홍보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많은 비용과 기획의 전문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일 협동조합연합회 등을 통해 광고나 기획기사를 공동으로 진행한다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수산업의 위기와 함께 수산업협동조합의 역할과 전망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고민하여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수협이 협동조합으로서, 우리나라 수산업을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수협의 회원조합 간 협동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며, 그 다음에 다른 협동조합과의 협동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은 본질적으로 이익추구를 하는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매우 어려운 조직체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협동조합이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지역사회에서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간 협동을 통한 역할과 기능의 확대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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