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아름다운 벽화마을 동피랑
통영, 아름다운 벽화마을 동피랑
  • 김상수
  • 승인 2010.02.23 17:54
  • 호수 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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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릴 때를 기다리던 산동네가 벽화로 장식된 뒤 새롭게 변했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던 통영이 최근에는 ‘동양의 몽마르트’라 불린다. 나폴리 운운하는 말은 바다를 포함한 통영의 아름다운 모습 덕에 붙여졌으되, 몽마르트란 별명이 붙은 데는 그와 다른 사연이 있다. 동피랑마을의 벽마다 그려진 벽화들이 주인공. '동피랑‘은 동쪽 벼랑이란 뜻의 경상도 말이라 했다. 벼랑이니 당연히 높은 지역, 도시에서 말하는 산동네다. 꼬불꼬불 언덕길에 자리한 초라한 산동네이나 벽화 덕에 마구잡이식 재개발 대상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연일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 이름하여 일출맞이 의자다
재개발 위기 모면, 새로운 어촌관광지로
통영시 중앙동과 정량동 언덕에 걸쳐있는 동피랑마을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 등 없는 사람들이 판자와 루핑으로 얼기설기 집을 짓고 살며 시작된 판자촌이었다. 산동네니 당연히 전망은 좋았을 터. 집 모양새야 어쨌든지 눈앞에 펼쳐진 통영 강구안 바다가 시원해 좋았다던가.

이리저리 형편이 피면서 제 모양새를 갖춘 집들이 간간이 들어섰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80년대 초의 풍경. 낡고 미관상 좋다할 수는 없는 외관이다. 결국 지난 2006년 통영시에 의해 공원조성 등의 목적으로 재개발이 추진될 뻔했다.

30여 가구, 50여 명의 거주민들은 보상금만으로는 이사를 꿈꾸지도 못할 처지였단다. 이때 나선 이들이 시민단체인 ‘푸른통영21’과 미술대학 재학생 등 예비 미술가들이다. 아이템은 벽화작업. 방법은 ‘동피랑색칠하기-전국벽화공모전’. 비록 페인트 통 그대로가 팔레트요, 골목길 담벼락이 캔버스였으나 완성된 ‘작품’은 상상외로 호평을 받았다.

▲ 동피랑마을 전경, 언덕 정상을 오가는 관광객들이 보인다
담장 뿐만이 아니다. 계단과 굴뚝, 심지어 물탱크까지도 알록달록한 그림으로 채워졌다. 도시 뒷골목에 그려진 난해한 그래피티가 아니라, 동화 속 풍경 같은 산뜻한 그림들이니 눈길을 끌밖에. 동피랑은 이제 더 이상 통영사람들 조차 모르던 산동네가 아니다. 가뜩이나 좁은 동피랑 골목길이 관광객들로 채워졌고, 벽화 전시장 동피랑마을은 ‘동양의 몽마르트’라 불리는 이색 관광지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덕분에 재개발 대상지에서 보존 대상지로 변경되었다던가. 요즘도 주말이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골목길이 메어진다. 사람 사는 동네가 아니라, 통영관광 코스가 된 것이다. 재개발이 일단 중단되어 살고 싶은 동네에 그대로 눌러 사니 좋기는 하나 오가는 그 소란스러움에 동피랑 사람들은 이웃마을로 피난을 갈 정도다. “불편한 건 딱히 없어. 조금 성가시긴 하지만. 잠깐 참으면 되지 뭐. 좋잖아 도회사람들 구경도 하고….” 언덕길에서 해바라기 하던 동피랑 할머니들의 말이다.
▲ 동피랑 할머니

관광객들은 당연히 좋아라 한다. 마을입구 안내벽화를 시작으로 골목길로 접어들면 담벼락마다 기발한 테마의 벽화들을 만날 수 있으니 그렇다. 벽화 주제는 바닷가답게 물고기 등이 많다. 이윽고 언덕 꼭대기. 숨을 몰아쉬며 바라보는 통영 강구안 풍경이 그중 베스트셀러다. 어시장은 물론, 강구안 주변 횟집과 충무김밥집도 늘어난 관광객 덕분에 호황을 누리는 중이니 이름하여 ‘동피랑 특수’다.

여러 섬 마을이나, 외진 갯마을에 나날이 주민수가 줄고 노령화되어 가는 게 기정사실인 우리 어촌. 동피랑마을의 변모는 어촌관광의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다. ‘꿈이 살고 있다’는 동피랑마을처럼 관광객들을 모을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 동피랑마을의 한 집에서 내려다본 강구안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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