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이야기 '민어'와 '백합'
수산물 이야기 '민어'와 '백합'
  • 김동우
  • 승인 2014.06.19 16:30
  • 호수 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어 - ‘옻칠 간 데 민어 부레 간다’

‘백성의 물고기’란 뜻을 가진 민어는 예로부터 남녀노소, 귀천의 구별 없이 모두가 즐겼던 생선이다.

그래서 선조들은 아무리 가난하다 하더라도 잔칫상이나 제사상에 민어만은 꼭 올렸는데 이는 민어가 비린내가 없고 비늘도 두껍고 커서 음식으로 장만하기 편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민어는 백색육 어류로 소화 흡수가 빨라 어린이들의 발육촉진에 좋을 뿐만 아니라 기력이 쇠약한 노인이나 큰 병을 치른 환자들의 체력 회복에도 탁월한 효과를 낸다.

복더위에 민어찜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삼품이란 말이 전해오는 것처럼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시키는 효력은 도미나 보신탕을 능가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서울 지방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삼복더위에 민어국으로 복달임을 하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민어는 특히 다른 생선들과 달리 부레가 다양한 용도로 이용된다. 동의보감에는 민어를 회어라 했으며 ‘맛이 좋고 독이 없다.

부레는 어표라고도 하는데 갖풀을 만들며 파상풍을 치료하기도 한다’고 기술돼 있다.

민어의 부레를 끓여서 만든 풀은 어교, 어표교, 민어풀이라고도 불리는데 교착력이 강해 우리 선조들은 고급 장롱을 비롯해 문갑, 등기구를 만들거나 합죽선의 부챗살과 갓대를 붙일 때 널리 이용했다.

‘옻칠 간데 민어 부레 간다’는 속담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이는 강강술래에 나오는 ‘이 풀 저 풀 다 둘러도 민애풀 따로 없네’라는 매김소리와도 관련이 깊다.


백합-‘갯벌의 보석’

가끔 TV를 통해 갯벌에서 지게처럼 생긴 도구를 끌고 다니는 아낙의 모습이 붉게 물든 석양과 함께 어우러지는 장면을 보게 된다. 갯벌에서 백합을 캐는 풍경이다.

지게처럼 생긴 끌개로 갯벌을 긁으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조개의 여왕 백합이 모습을 드러낸다. 숙련된 현지 어업인들은 부딪치는 소리와 감각만으로도 백합과 동죽이며 배꼽조개를 구분한다고 한다.

백합은 조개의 여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같은 갯벌이라도 포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수심 깊은 곳에 뚝 떨어져 서식한다. 바지락 같은 대부분의 패류들이 얕은 갯벌에 사는 것과 대조된다. 그래서 백합은 물이 많이 들고나는 사리 때 약 일주일 전후한 간조 무렵에 집중적으로 잡는다.

백합은 갯벌에 묻혀 있지만 불순물을 계속 내뱉는 습성을 지녔다. 따라서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싱싱한 백합은 까보면 백합 자체에서 만들어진 뽀얀 조개물이 들어있다.

이는 태음정이라 해 청혈, 혈압 등 혈관계 질병에 특효약으로 쓰인다. 따라서 회로 먹을 때는 속에 든 물이 흘러내릴세라 조심스럽게 들이마시고 나서 살을 꺼내 회로 먹는다.

백합은 산란기를 앞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에 끓이는 탕이 더욱 맛있다. 백합 속에 있는 국물인 태음정이 우러나와 그 빛깔은 새벽의 푸른 안개와도 같고 맛이 시원해 숙취 해소에도 그만이다.

백합 특유의 개운한 감칠맛은 타우린, 베타인, 핵산류와 호박산이 어우러진 결과다. 특히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타우린 성분이 많아 만성적인 피로를 풀고 봄철 춘곤증을 물리치는 데도 그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