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시(詩) 속의 바다
정도전 시(詩) 속의 바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4.05.22 17:22
  • 호수 2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KBS1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역사 드라마 ‘정도전’이 20% 가까운 시청률을 선보이며 고공행진 하고 있다. 정도전(1342~1398)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국가가 교체되는 격동의 시기에 역사의 중심에 서서 새 왕조를 설계한 인물이다.

하지만 자신이 꿈꾸던 성리학적 이상세계를 실현하지 못하고 끝내 태종 이방원의 칼에 죽게 된다. 정도전은 그 후 조선조 내내 역적으로 매도되다가 고종 때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건국 초 경복궁 설계를 주도한 정도전의 공이 인정되며 복권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도전이라는 이름은 역사 속에 영원히 묻혀버렸을지도 모른다. 정적에게 암살당하면서까지 그가 바라고 고민했던 이상적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정도전의 바다와 관련해서 표현한 시(詩)를 살펴보자.




달밤에 동정(염흥방의 호)을 생각하며 (月依奉懷東亭)

1375년 고려가 원나라와 국교를 재개하면서 친원파는 정도전에게 원나라 사신을 영접하라는 명을 내린다. 정도전은 평소 원나라를 멀리하고 명과의 관계를 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친원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정도전은 “내가 마땅히 사신의 목을 베어 가지고 올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명나라에 묶어 보내겠다”고 했고 결국 정도전은 나주의 속현인 거평부곡 소재동에 유배당하게 된다.

그가 유배된 곳은 큰 산과 숲이 많고 바다가 가까우며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정도전은 그곳에서 백성들의 도움으로 초가를 짓고 술과 음식을 제공받으면서 지냈다고 한다. 정도전은 그곳에서 민초들의 힘든 삶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며 ‘민본사상’의 틀을 만들게 된다.

이 시를 읽어보면 당시 정도전이 무슨 마음을 지니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유배지에서 밤하늘을 보고 있자니 고향이 그립고 나라는 어지럽기만 한데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답답했을 것이다. 그저 자연을 벗 삼아 자신의 마음을 달래보는 수 밖에. 염흥방은 정도전을 귀양(귀양살이) 보낸 정적이다.

그가 한없이 원망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 마음을 달에 비춰보고 원망도 해본 것이다. 여기서 쓰인 바다는 정도전의 마음을 달래는 자연의 하나로 특별한 의미를 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그 시대에서도 바다는 자연을 대표하는 대상이자 마음을 달래주는 안식처의 비유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철령 (鐵嶺)

몇 해 뒤, 정도전은 귀양에서 풀려난다. 하지만 조정의 부름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그는 이성계를 찾아 함주(함경남도 중부에 위치)까지 찾아간다. 위의 시는 칼날 같은 철령 꼭대기에서 망망한 동해를 바라보면서 지은 시다. 쓸쓸한 가을바람은 유독 그에게만 혹독하게 불어오는 것 같고 이런 비참한 마음을 다지며 그는 말을 몰고 북방에 이른 것이다.

정도전은 이 시를 지으며 현재 암울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철령 이북은 정도전에게 무척 의미있는 곳이다. 정도전의 뜻을 처음 알아주었던 공민왕이 원에게서 수복한 땅이기 때문이다. 원에 대응해 쌍성총관부를 설치해 철령 이북의 땅을 찾았다.

그 공민왕의 기개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기도 했을 것이다. 이 시에서 ‘바다’는 ‘정도전이 꿈꾸는 세상’, ‘얼른 복귀해 바꾸고 싶은 나라’가 아니었을까? 바다는 정도전에게 닿아야 하는 정착지였을지도 모르겠다.



* 위 시는 역사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추론해  해석한 내용이다. *

※ 수협블로그 ‘우리바다 푸른이야기’ 콘텐츠 발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