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이야기 '미더덕·멍게'
수산물 이야기 '미더덕·멍게'
  • 김동우
  • 승인 2014.04.24 17:14
  • 호수 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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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와 수협을 비롯한 해양수산 관련 단체는 ‘어식백세(魚食百歲)’ 국민건강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수산물을 먹고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자’는 취지로 수산물 소비회복과 함께 장기적인 캠페인을 통해 수산물 소비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다. 본지에서는 이에 발맞춰 ‘제철수산물 이야기’를 통해 우리 수산물의 맛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미더덕 - 육지의 더덕을 닮은 ‘물에서 나는 더덕’

입속에서 터지는 바다의 맛이 ‘일품’ 
정약전 자산어보에 미더덕 생태 기록


미더덕은 우리나라 연안 및 극동 아시아 지역에 분포하고 있고 외국에서는 식용으로 쓰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애용되는 특별한 해산물이다.

껍질을 벗기고 된장찌개나 찜으로 요리하면 향긋한 향기와 함께 독특한 맛이 있어 예로부터 진해만을 중심으로 한 남해안의 특산물로 인기를 끌어왔다.

몸이 두꺼운 껍질에 덮여 고형물에 붙어사는 생활을 해 조개류의 일종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분류학상 척색동물에 속한다.

미더덕의 유생은 올챙이 모양으로 부유생활을 하는데, 이시기에는 꼬리에 긴 막대 모양의 지지기관인 척색과 신경관을 가지므로 미색류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성체가 되면 척색과 신경관은 퇴화하고 부착 돌기로 다른 물체에 붙어사는 생활을 한다.

미더덕은 육지에서 나는 더덕을 닮아 ‘물에서 나는 더덕’이라 해 미더덕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물은 옛 신라 문화권에선 ‘믈’이라 했고 고구려 문화권에선 ‘밀’이라 했는데, 흔히 받침을 지우고 ‘미’라 했다. 물의 옛말인 ‘미’는 아직도 우리 생활에 뿌리깊이 살아남아 있는데 ‘미더덕·미나리·미숫가루·미리내’등이 그것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미더덕을 음충(淫蟲)이라 칭하고 ‘모양은 양경(陽莖)을 닮아 입이 없고 구멍이 없다. 물에서 나와도 죽지 않는다. 볕에 말리면 위축돼 빈주머니 같이 된다. 손을 대면 몸이 팽창하며 가는 털구멍에서 땀을 흘리듯 하는데 가는 물줄기를 좌우로 비사(飛射)한다. 빛깔은 회색’이라고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



멍게 - ‘우멍거지’에서 유래된 말일까?

상큼·향긋, 쌉쌀·달콤 식욕 돋워
‘멍게’란 이름 이제는 표준어로 사용


온 산을 불태우는 단풍 같은 붉은 빛, 오톨도톨 돋아난 유별난 모양의 돌기, 도깨비 방망이 같기도 하고 이름 모를 탐스런 열매 같기도 한 볼수록 재미있게 생긴 멍게.

육질은 식물 셀룰로오스와 유사한 튜니신(Tunicin)이란 물질로 이뤄진 피낭에 싸여있고, 피낭의 상단에는 작은 구멍이 있어 물을 뿜어낸다.

육질이 상큼하고 향긋하며 먹고 난 후에는 쌉쌀하고 달콤한 맛이 식욕을 돋운다. 멍게는 우리나라 남쪽의 몇몇 지방에서만 식용했는데, 6·25이후부터 전국에 퍼졌다고 한다.

멍게란 이름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상도 지방의 사투리였다. 그러나 표준어인 ‘우렁쉥이’보다 워낙 널리 쓰이는 바람에 지금은 복수 표준어로 인정돼 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멍게가 사투리인 줄 알고 있는 사람도 꽤 있는 것 같다.

민간어원설에 지날지 모르지만 멍게란 말의 어원이 참으로 재미있다. 우리말에 ‘우멍거지’란 것이 있는데 이는 포경(包莖)의 순 우리말이다. 멍게가 바로 ‘우멍거지’에서 온 말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멍게의 생김새가 꼭 우멍거지와 비슷한데 차마 그대로 쓸 수가 없어 가운데 두자를 떼어 쓴 ‘멍거’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멍게가 껍질에 싸여 물을 쏘는 모습에서 ‘우멍거지’를 연상하고, 그리고 차마 이 말을 쓰기가 낯간지러워 가운데 두 자를 추려서 사용한 선조들의 해학과 재치를 생각하면 오늘따라 쌉싸래하고 달콤한 멍게의 뒷맛이 한결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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